이 글을 쓸지 말지 정말 고민을 많이 했다. 나의 실리콘벨리의 삶은 누군가의 실리콘밸리의 삶을 대표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어떤 한 사람의 지극히 개인적인 실리콘밸리의 삶 혹은 관찰이라고 보면 될 것 같고, 나의 글이 다른 누군가 혹은 다른 회사에서의 삶을 대표하지는 않는다는걸 전제한다. 지극히 주관적이인 삶과 시각에서 글을 쓰는 것이므로, 글 전반에 드러나는 개인적인 긍정과 부정적인 어조에 대해서는 현명한 독자들이 균형있게 받아들일 거라 생각한다.
지금은 실리콘밸리의 한 테크기업의 일원으로 살아가고 있다. 막 회사에 들어왔을때 (과거) 와 대략 3~4년 정도 지난 지금의 시점 (현재) 그리고 본인보다 오래다닌 사람들의 관찰을 기반 (미래) 으로 3부작으로 나누어서 그려보고자 한다.
과거: 신입사원
많은 신입사원이 그러하듯, 회사의 속도와는 상관없이 달리고, 달렸다. 박사과정 때 받는 월급에 비해 월등히 많은 돈을 받기 시작해서 그런지 뭔가 더 일을 해야 할것만 같았다. 평소에 받던 월급에 10배 이상의 돈을 받기 시작했으니 말이다. 박사때 하던 연구와 일의 모멘텀이 남아있어 초반부터 달리기 시작했다. 시작을 했으니 나를 증명하고자 하는 욕구로 행동에 또 박차를 가한다. 내가 할 수 있는 것부터 시작하여, 내 능력의 최대치를 사용하여, 내가 받는 돈 만큼의 값어치를 하길 바라며 열심히 했던 것 같다.
매니저는 나에게 이러저러 사람들을 만나볼 것을 추천한다. “어디팀에 누구랑 만나보면 좋아~”, “무슨 팀에 누구도 너가 관심을 갖는 분야에서 비슷한 일을하고 있으니 만나보면 좋아~”... 사람 만나는 것을 극도로 힘들어하는 나임에도 불구하고, 항상 그 추천에 응하여 이러저러 사람들을 만나 보면서 내가 하고 싶은 일들을 찾아가기 시작하는 한편, 점점 ‘누구누구랑 말을 해봐’ 라는 말이 질리기 시작한다. 일과중 80프로는 누구와 만나 말을 하는 걸로 시간을 대부분 보낸다. 실제적인 일은 (예를들면 프로그래밍) 저녁에 했던 것 같다.
새로운 누군가와 점심을 같이 먹기라도 한다면, 밥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귀로 들어가는지… 먹는 중에 긴장을 해서 영어를 들어야 하고, 또 긴장을 하며 영어로 말을 해야하기에, 연약한 나의 위장은 툭하면 신경성 염증을 유발하기도 했다.
당연하게도 중국인, 인도인들이 굉장히 많고, 만나는 사람들 대부분이 중국인이었다. 어딜 가든 중국인이 많은 이 분위기에 익숙해져야 하나, 도무지 익숙해지고 싶지 않기도 하다.
이상하게도 내가 하고싶은 분야의 일을 하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일 못하기로 소문난 사람들이었고, 또 그 일들은 회사에서 그리 중요시 여겨지는 일들도 아니었다. 하지만 상관하지 않았다. 나만 잘하면 되겠지, 누굴 만나던 그냥 내가 잘해서 성과를 만들면 되겠지, 그리고 내가 하고싶은 걸 하다보면 언젠가 좋은 결과 그리고 성과가 나오겠지 라고 생각을 하며, 그냥 달리고 또 달렸다.
왜 그들이 일을 못하는지 알기까지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그들은 입으로만 일을하고 실제로 행동을 만들어내지는 않는다. 그래도 괜찮았다. 박사과정을 밟을때도, 멘토들은 말로만 일을했고, 교수들도 말로만 일을 했고, 실제로 행동에 옮긴 사람은 나 혼자 뿐이었으니. 하지만 오판이었다. 회사에서는 같이 행동을 만들어갈 동료를 찾아야하지 나를 관리해줄 멘토를 찾는 것이 아니었다. 말로만으로 살아가는 그들은 결국 내게 암덩이 같은 존재로 다가오게 되어 있음을, 신입인 나는 알지 못했다.
입사한지 몇 개월지나지 않아 매실이를 가졌다 [관련글: 실리콘 밸리 아빠의 육아노트]. 사실 준비한지는 몇 년이나 되었으나, 이상하게 취업을 하니 매실이가 내려왔다. 아무래도 돈을 더 잘버는 아빠가 좋은가 보다 :) 입사후 얼마 되지 않아 육아휴직을 냈다. 육아휴직 4개월을 아-무런 눈치없이 쓸 수 있었다. 이유는 명확하다. 다른 사람들 전부다 아무런 눈치를 안보고 육아휴직을 쓰기 때문이다. 오히려 육아휴직에 송구스럽게 느끼는 사람을 이상하다 여기는 분위기다.
박사과정중에는 인턴만을 해왔으나, 지금은 내가 인턴을 뽑아 멘토로써 역할을 하기 시작한다. 어색함과 미숙함으로 범벅이 된 멘토였다. 첫 경험은 항상 특별하고 진심을 다하게 된다. 내가 인턴인지 정직원지 모를 정도로 인턴 프로젝트에 시간을 많이 할애 했고, 내가 회사원인지 지도교수인지 모를 정도로 논문을 정성스럽게 보아 주었다.
실리콘밸리 테크기업 대부분은 직원들에게 주식을 나눠준다. 회사에서 주식을 받기 시작했고, 나의 주식공부는 이 때부터 시작되었다. 아쉽게도 회사의 주식은 어느정도 시간이 지난 뒤에 받을 수 있다고 한다 (그 “어느정도”는 회사마다 다른데, 3개월이 될 수도, 6개월이 될 수도, 1년이 될 수도 있다). 이는 새로온 사람들이 회사를 빠르게 그만두는것을 방지하기 위함이라고 한다. 실제로 1년이내에 퇴직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 어느정도 시간이 지난 뒤에는 보통 분기마다 한번씩 주식을 발행해준다.
실리콘밸리에서는 테슬라가 마치 현대자동차인양 다닌다. 그냥 고개 한번 휙돌리면 어디든 테슬라가 보인다. 처음에는 이 사실이 너무나도 신기했다. 물론 당신이 생각하는 대부분의 외제차들이 그냥 흔하게 돌아다닌다. 개인적으로 차에 관심이 없다는것이 다행인 것 같다.
캘리포니아 집값은 유명하여 익히들었음에도, 다시한번 놀란다. 방 두개와 화장실 두개의 집을 렌트하려면 그 당시 400만원 이상은 주어야 했다. 사실, 월급을 받고 집세를 내고 생활비를 쓰면 남는돈이 없다. 그래서 많은 실리콘밸리 엔지니어들은 월급 이외로 나오는 주식을 모아 부를 이룬다. 10년동안 잘 버티기만 하면 누구나 부자가 될 수 있어 보인다. 덜 부자 혹은 더 부자가 있을 뿐이지, 누구든 부자가 되는 듯 해보인다.
날씨는 진짜로다가 캡이다. 그냥 정말로 좋다. 캘리포니아에 대한 동경 따위는 없었으나, 이제는 생긴것 같다. 그 모든 캘리포니아의 동경은 ‘날씨’로부터 오게 되는 듯하다. 구름 한점 없는 그런 청명한 날씨가 보통이고, 겨울에는 대체로 시원하며, 여름은 대체로 시원하다 :) (물론 특정기간에는 꽤나 쌀쌀하고, 특정 기간에는 꽤나 덥다). 미세먼지는 없지만, 햇볕은 굉장히 강렬하고 (한국에 비해 매우 강해서 피부와 눈이 따가울정도다), 많이 건조하고, 물에는 석회가 많이 포함 되어 있다.
캘리포니아 아파트에는 의무적으로 수영장과 헬스장이 갖춰져 있어야 하는면도 좋다.
물가는 드럽게 비싸다. 음.. 치킨 한 마리에 오만원이 넘는다고 생각하면 되고, 한국인 미용사에게 머리를 자르고자 한다면 8만원, 파마를 하고자한다면 17만원은 줘야한다. 그렇다고 그리 잘하는것도 아니다. 처음에는 외식하기가 싫었지만, 한 두번 하다보면 물가에 적응한다. 머리는 최대한 기르고, 모자를 최대한 눌러쓰고 다니다가 한번씩 자른다. 매실이가 나오기 전까지는 와이프가 잘라 주었지만, 이제는 더이상 불가능하다. (다음글에서 계속....)
다음글:
관련글:
'진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실리콘밸리 엔지니어 혹은 연구원의 삶 (3부-미래) (5) | 2024.11.11 |
---|---|
실리콘 밸리 엔지니어 혹은 연구원의 삶 (2부-현재: 돈에 의한 잠식) (10) | 2024.11.10 |
연구논문 리뷰 방법 (feat. 리뷰에 들어가야할 내용) (0) | 2024.10.17 |
댓글을 통한 진로/인생 고민 상담소 (feat. 청춘들을 위한 무엇이든 물어보살) (0) | 2024.09.27 |
대학원에서 살아남기 (4)-논문을 잘 쓰는사람들의 11 가지 특징과 생각 (1) | 2024.09.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