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개월만에 가족들을 만나러 한국에 갔다. 1부에서는 우선 가족들을 한번씩 만나 매실이를 소개하는 자리를 가졌다. 가족들과의 만남도 잠시, 밀린 병원과 행정업무들도 처리를 해야했다. 그 중 하나가 매실이의 출생신고이고, 해외에서 출생을 한 가족들도 육아지원금을 받을수 있다기에 동사무소로 발길을 향한다.
감사하게도 할머니는 우리 가족들과 항상 동행을 해주셨다. 물론 할머니도 매실이가 보고싶어서 그런다고는 절.대. 할머니가 아기를 본다는것은 쉬운일이 아니고, 언제나 조금의 도움이라도 감사한 마음을 잊지 않고자 노력한다.
동사무소다. 아마 매실에게는 2주동안 한국에서 본사람들이 18개월동안 미국에서 본사람들보다 많을 것이다. 어딜가든 빽빽하고, 어딜가든 북적북적한 한국. 호기심이 굉장히 많은 매실이는 그래도 이러한 분위기가 싫지는 않나보다. 건물에 들어갔다만 하면 여기저기 구경하고 사람들에게 인사하기 바쁘다. 예상 했던것과 달랐던 점은, 한국인들도 아기들이 인사를 하면 굉장히 친절히 받아준다는것 이다. 할머니들과 할아버지들은 아주 녹아내리신다. 서울에서는 아기를 보기 굉장히 어렵기 때문에 생각 이상으로 예뻐해주셔서 좋았다.
매실이의 출생신고를 마치고, 3개월간의 육아지원금을 받을수 있도록 신청 한뒤에 먹으러 가야하지 않겠는가. 참고로, 미국에서 한국으로 입국을해도 육아지원금을 받는 방법은 다음을 참고하면 된다 [관련글: 한국에 잠깐이라도 있어도 육아지원금받으세요]
피자스쿨에 왔다. 그냥 나무와 와이프와 할머니가 공통으로 좋아하는 메뉴다. 미국과는 다른 한국피자를 본 매실이는 저건 어디에쓰는 물건인고 하는 표정이다 (표정을 가린건 매우 아쉽지만...)
할아버지를 모셔놓은 절에도 다녀온다. 항상 생각한다, 지금까지 할아버지가 계셨다면 매실이를 얼마나 예뻐해주셨을까. 또 분하기도 하다. 이렇게 좋은 순간을 왜 우리 아버지는 못 보고 가셨을까.. 그러는 생각이 들 때마다 나무는 할머니에게 말한다. 제발, 아버지 몫 만큼 오래오래오래 사시다가 가셨으면 좋겠다고. 다행히 할머니는 나무의 이런 말이 큰 울림으로 다가와 운동을 열심히하고 계신다 :)
할머니와는 딱히 그리 특별한것을 하지는 않는다. 할머니는 그냥 평소에 당신이 자주다니시는 곳을 다녀도 (사진에 보이는 건 할머니가 항상 운동 다니시는 폭포수근처다) 굉장히 의미있다고 생각하신다. 소소한 행복을 느끼는 순간들이 좋았고, 매실이와 함께여서 더욱 특별하다.
와이프는 사실 친정 어머니에 대한 스트레스가 꽤나 많은편이다. 한국에 오기전까지 스트레스를 구름속만큼 받다가, 막상 한국에 오고 할머니를 만나면 괜찮다고 한다. 사람을 잘 판단하시는 할머니에 대한 압박감과 부담감이 큰것 같다. 그래도 용기내어 할머니를 만나주는 와이프가 고맙다 (물론 자주 만나지는 않는다 :).
할머니 집에서 매실이는 두개의 득템을 한다. 십만원과 엄마의 리즈시절 애착인형이다.
할머니는 (옛 분들이 다그런지는 모르겠다) 손녀, 손자들에게 혹은 아랫사람들에게 만나면 돈을 주신다. 개인적으로 돈으로써 사랑을 표현하는 것은 싫지만, 할머니의 습성을 바꿀수는 없다. 그냥 받을수밖에.. ㅎㅎ 매실이에게 경제관념은 언젠가 제대로 시켜줄 예정이다.
할머니집 창고에서 아주 유니크한 인형을 발견했다. 바로 빅버드인형이다. 유학길에 오르기전에 와이프의 물건도 전부 할머니 집에 놓고 갔었는데, 나무가 선물해준 빅버드가 바로 그것이다. 매실이도 마음에 들었는지, 아주 귀하게 (?) 거꾸로 세워서 모셔온다. 인형세탁을 하기전에 한컷 찍어본다 :) 이제부터 저 빅버드 인형은 매실이 자식들에게도 주는것으로 확정난다.
한국에가면 와이프의 버킷리스트가 있다. 바로 매실이의 한옥 스튜디오 촬영이다 [관련후기: 예담헌 아기 한옥 스튜디오 촬영 후기]. 사실 나무는 처음에 가격을 듣고나서 흠칫하긴했다. 50만원이 적은돈은 아니니.. 그래도 매실이엄마가 매실이를 생각하는 마음은 항상 믿고 지지하기 때문에 흥쾌히 한국에서 촬영을 하기로 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50만원이 전혀 아깝지 않은 경험이었다.
어디가서 항상 남자답다는 말을 자주 듣는 매실이가, 이렇게 아리따운 한복이 잘 어울릴 줄은 몰랐다. 귀티나는 한복과 겨울모자를 씌여놓으니 어휴, 공주가 따로없다. 옷은 매너를 사람의 행동을 우아하게 만든다는 말이 아기에게도 통하나 보다. 한복을 입고난 뒤의 매실이의 손짓이 굉장히 우아하게 느껴졌다. :)
한편, 18개월의 아기는 자아가 생기는 기간이지만 말은 못하는 시기라 이러한 촬영을 하기에는 가장 어려운 시기라고 한다. 특히, 겨울이고 야외 촬영이라 걱정을 많이 했으나, 다행히 매실이가 척하면 척을 잘해줘서 촬영은 금방끝났다. 다시한번 훗날 매실이가 모델이 되는 상상을 해본다 :) ㅎㅎ 돌잔치 사진은 굉장히 간소하게 집에서 했는데 [관련글: 돌잔치 직접 촬영하기], 이렇게 귀한 사진 하나 남겨 놓을수 있어서 좋았다. 지금은 사진을 뽑아 부적처럼 몸에 지니고 다닌다. 물처럼 맑은 기운을 가진 매실이는 아빠 옥돌과 같은 복덩이기에 :)
촬영을 마치고 두여자와 함께 여유롭게 커피한잔하러 온다. 나란히 앉아 있는 모습이 아름다워 한컷 해본다. 한국 커피에 대해서는 불만이 있다. 미국과는 달리 로스터리 카페가 적기 때문에, 커피 본연의 맛을 자아내는 카페는 그닥 많지는 않다. 싸고, 달고, 빨리 나오는 커피들이 만연해 있다. 우리는 그나마 커피맛이 괜찮다고 알려진, 그리고 몇없는 로스터리 카페 프릳츠 커피에서 따뜻한 시간을 가져본다. 이제는 둘이 아닌 셋이서 카페를 오는 그 순간의 느낌은 무언가 이상하면서도 꿀렁대는 느낌이랄까.
저녁은 여지없이 할머니집으로 간다. 반복하자면, 이번 한국 방문의 목표는, 홀로계신 할머니에게 매실이를 최대한 많이 보여드리는것. 진심을 다해 할머니와 시간을 보내고싶었다. 오늘의 득템은 큐피 삼종세트들이다. 할머니 25년이나 더된집이어서 별의별 보물창고들이 많다. 매실이의 역할놀이 시작을 알리는 역사적 순간이었다.
기세를 몰아 할머니의 보물창고를 뒤져보던중, 아빠의 낡은 소울 기타를 발견. 안그래도 매실이에게 진짜악기를 하나 사주고 옆에서 같이 연주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는데 이참에 기타를 테스트 해봤으나, 매실이는 의외로 기타를 가까이 하지는 않는다. 낯설었던 것일까, 아빠의 연주가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일까, 그냥 기타소리에 그리 이끌리지 않았던 것이었을까. 덕분에 우리는 매실이가 기타에는 관심이 없음을 확인하고, 곧 포스팅을 하겠지만, 우리는 미국으로 돌아와 피아노를 구매하였다. 매실이가 음악을 할줄 아는, 들을 줄아는, 만들줄 아는 사람이 되었으면 하는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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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생명체는 굉장히 강한 힘을 지니고 있다. 특히, 누군가를 강하게 끌어들이는 그리고 사람들 사이의 벽을 허물어 뭉치게 하는 힘이 있다. 매실이한테도 그러한 힘이 있는듯하다. 매실로 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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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그날이 왔다. 매실이가 18개월만에 처음으로 가족들을 보기로 한날이다. 일본으로 출장에 가는겸, 연말여행도 할겸 한국에 가기로했다. 물론, 그 무엇보다 매실이를 가족들에게 보여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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