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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

아빠의 일상-[실리콘 밸리 아빠의 육아노트]

by 워킹나무 2024. 8.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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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실이가 나온지 어제같은데, 벌써 돌이 지났다. 회사일에, 육아에 정말 정신없이 달려온 1년이었다. 그 순간 순간의 감정을 꽤나 빠르게 잊어버리는 본인이기에 더이상의 육아노트 포스팅을 지체 하다가는 지금까지 느꼈던 많은 강렬하고 소중한 기억들과 감정들을 놓칠 것만 같았다. 이번 포스팅을 시작으로 아빠의 육아노트를 시작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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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엄청나게 빠르게 간다. 회사, 육아, 일, 잠의 챗바퀴를 돌다보면 한달, 두달은 그냥 순식간에 사라진다. 어떤 의미로는 좋다. 회사의 RSU (분기마다 들어오는 회사 주식) 가 상대적으로 빨리 들어오는 느낌이어서 부의 축적 속도도 더 빠르게 느껴지기는 한다. 확실히, 매실이가 태어나고 난 뒤 부터는 인생의 초점이 ‘부’로 많이 전환된듯 하다. 하지만 여전히, ‘행복’과 ‘건강’과 ‘자유’와 ‘부’의 가치들 사이에서 균형을 잡고자 몸부림을 치고 있는 중이다. ‘부’ 만이 강조된 삶은 지속가능하지 않음을 명확히 인지하고 있고, ‘명예’ 따위는 필요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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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휴직동안의 아빠의 요리

 

아직까지는, 육아를 위해 그 누구의 도움을 받지 않았다. 베이비시터 (내니, 보모) 도 고용하지 않았고, 우리는 미국에 있기 때문에 도와줄 수 있는 가족들은 아무도 없었다. 육아 초기에는 아빠의 3개월 육아휴직으로 버텨냈다. 엄마는 모유수유와 회복에 최선을 다했고, 아빠는 그 밖의 모든 집안 일들을 했다. 이 3개월만큼은 요리사로 빙의하여 아침, 점섬, 저녁을 담당하였고, 빨래와 청소, 애기 씻기기, 재우기 등등의 많은 것들을 담담했다. 육아휴직이 끝난 뒤에는, 아빠는 다시 직장으로 복귀를 하며 엄마는 집안일의 많은 부분을 육아와 함께 다시 도맡아 하기 시작했다. 어떻게 어떻게 부러지지 않을 정도로 버텨내고 있다 (특히 몸을 갈아가며 버티는 와이프의 모습은 안쓰럽기 짝이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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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동안 단 하루라도 우리 세가족이 떨어진 적은 없었다. 몸은 힘들지만, 매실이가 커가는 걸 보면 마음은 따뜻해지고, 웃는 횟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행복하다. 

매실이가 가끔씩 기어가다가 한번씩 뒤돌아볼 때 눈을 마주치는데, 그냥 웃음이 난다. 

매실이가 방구만 뀌어도 웃음이나고,

아빠어깨에 기대기만 해도 웃음이나고,

바닥을 쓰는 엄마의 모습을 보고 자기도 해보겠다고 쓸어내릴때도 웃음이 나고,

음악소리에 둠칫둠칫하는걸 보면 크게 폭소를 한다.

가장중요한건, 매실이가 웃는 모습을 보고자 하면 내가 먼저 웃어야 더많이 볼수있기 때문에 웃는다.

행복해서 웃는것도 있지만, 웃으면 정말로 행복하다.

할머니 할아버지들, 고모 삼촌들에게 이렇게 소중한 시절의 매실이를 보여주지 못한 것은 굉장히 아쉽다. 매실이가 두살정도나 되어서야 가족들을 볼 일이 생기는데, 그날이 너무나도 기다려진다.



아빠로써의 임무는 크게 저녁에 애기 씻기기, 아침준비하기, 주말에 빨래와 청소. 퇴근후 애기 산책시키기, 애기 재우기가 있다. 물론, 그 밖에 그릇정리, 집안 정리, 기저귀 와 옷갈아주기, 애기 놀아주기, 장보기 등등은 가능할때마다 수시로 한다.

 

처음에는 이렇게 많지는 않았으나, 가족의 행복을 위해서는 피할수 없었다. 집안의 기둥은 엄마이고, 엄마의 기둥을 무너지는 것이 불행의 시작임을 직감하기에, 나 또한 최대한 많이 와이프를 도와주고 싶었던 것 같다. 사실 내가 하는 임무가 적은건지도 모른다. 다른 아빠들이 어느정도로 집안일과 육아에 참여하는지 모르기 때문이다.

 

저녁에 씻기기: 

매실이는 저녁식사 직후, 곧바로 샤워를 하는데, 잠자기 전 의식중의 하나이다. 지금까지 거의 단 하루도 빠짐없이 씻겨왔는데, 그 작은 생명체 하나를 씻기는 것에는 정말이지 엄청난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 하루중 가장 큰 에너지를 써야할 때다. 그래도 1년정도 지난 지금은 육아 근육이 생겨서그런지 할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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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를 감고, 애기용 욕조안에서 비누샤워를 하고, 세면대에서 물스캔을하면 샤워는 끝난다. 돌이 지난 지금은 세면대가 너무 작아 욕조에서 물스캔을 하는데, 매실이가 설 수 있을 때부터 샤워는 좀 더 수월해졌다. 매실이는 머리감는걸 너무 싫어해서 발버둥을 잘 치는데, 머리를 감길때 정말 많은 에너지가 털린다.. 그래서 이틀에 한번 씩만 감는다. 

 

아침 만들기: 

매실이가 태어나고 아침 담당을 지원했다. 사실 우리의 아침은 그리 거창하지 않다. 딸기와 포도와 사과와 와이프가 쪄 놓은 옥수수와 요거트와 그레놀라와 견과류, 그리고 실제로 요리를 해야하는건 아빠표 오믈렛이다. 우리의 아침은 항상 이 메뉴로 고정되어 있고, 개인적으로 꽤나 경쾌한 아침 메뉴이다.

 

아침을 만드는 동안, 엄마는 모유수유를 하거나, 모유수유가 끝난 지금은 매실이의 아침식사를 준비한다. 

 

주말에 빨래와 청소: 

토요일 아침이 밝았습니다. 삐비빅, 빨래와 청소를 할 시간입니다.

 

애기 재우기:

사실 매실이 재우기는 엄마가 도맡아 해왔다. 하지만 매실이가 엄마 껌딱지가 된 순간부터는 매실이를 재우는 시간이 급격하게 증가했다. 1시간은 기본이고, 길면 2시간 까지 걸린다. 엄마가 매실이를 침대에 눕히고 나가려고만 하면 세상이 떠나가라 울어재끼니, 아니 안아줄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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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어느날, 녹초가 되어있는 와이프가 너무나도 안쓰러워 아빠가 재워 보니, 나름 효과가 괜찮았다. 매실이가 아빠의 품속은 그리 따뜻하게 느끼지 않은건지, 아니면 아빠는 엄마보다는 매정하다고 생각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빠가 자신의 방문을 열고 나가는 것에 대해서는 꽤나 너그러운 편이었기에 20분정도면 충분했다. 그 후로 애기 재우기는 아빠 담당이 되었다 :) …

 

 

퇴근후 애기 산책 시키기:

회사에서 퇴근 후 매실이를 유모차가 아닌 수레카트 안에 태우고 산책을 나간다. 어차피 집주변만 다니니 그리 위험하지 않아서 놀이도 할 겸 천천히 카트를 끌고 나간다. 한 시간에서 한 시간반정도, 온전히 아빠와만의 시간을 갖는다. 엄마만의 시간을 최대한 주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물론 이 시간에 엄마는 저녁을 준비한다). 걷기 훈련, 책읽기, 간식먹기가 주종목인데, 사랑하는 사람과 다니니, 몸은 힘들어도 마냥 좋기만하다. 요즘에는 “뽀뽀뽀뽀” 하면 자기 이마를 아빠게 빌려주는 모습이 어찌나 사랑스러운지..ㅎㅎ 

매실이가 빡씨게 걷기 훈련을 하고 나서부터는 잠에 드는 시간이 아주 빨라졌다. 효녀가 따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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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 밸리의 아빠로써, 회사에서의 일상은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흥미로운 점은 매실이가 나오기 전과 후에 회사에 대한 나의 태도와 시각이 굉장히 많이 달라졌다. 긍정적인 방향으로 말이다.

 

우리 매실이가 나온뒤에는 (이전에는 모든걸 반대로 생각하면 된다),

 

  • 아침형 인간이 되었다. 빨리 자던 늦게 자던, 매실이덕에 아침에 일어나는 시간은 항상 동일하다. 저절로 자는시간도 빨라지더니, 어느덧 평생 불가능 했던 아침형 인간이 되었다.
  • 집에서는 거의 회사 일을 하지 않는다. 육아와 가사를 돕고나면 어차피 그냥 녹초가 되서 그럴 에너지도 없다.
  • 어떻게든 되게하려고 아등바등 하지 않는다. 그냥 하는 만큼만 한다. 못할 것같은건 그냥 못하겠다고 말을한다. 그리고 할 수 있을 것 같은 것 만 한다. 그럼 마음이 평온해진다 :)
  • 남의 눈과 소리를 의식하지 않는다. 사실 그럴 힘도 없다. 회사에 오면 필요한 일만 딱 끝내겠다는 마음으로 일하기에, 불필요한 것들에 대해 신경 쓸 겨를도 없다. 불필요한 프로젝트와 미팅은 전부 없앴다.
  • 혼자서 밥을 먹는다. 육아를 하다보면 혼자만의 시간이 간절히 필요하다. 그래서 밥을 혼자먹는다. 절대 일부러 약속을 잡지 않고, 웬만하면 남들과 다른 시간대 (매우 빨리먹거나, 매우 천천히먹거나)에 점심을 여유롭게 혼자 먹는다. 웬만하면 점심약속을 잡지 않는다.
  • 자연스레, 승진은 못하고 있다. 아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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