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생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생각을 한다, 아니 생각을 해야한다. ‘내 인생의 첫 번째 연구 주제는 무엇으로 하면 좋을까.’ 또 누구나 그렇듯 그것에 대한 답변은 보통 백짓장 마냥 아무런 답이 없이 끝나기 마련이다. 또 신기한건, 백짓장 마냥 끝나다가도 어떤식으로든 첫번째 연구를 하고있다… 물론 그 연구가 큰 결실로 끝나는 경우도 있고, 당연히 한번의 시도로 끝나는 경우가 허다하다. 여기서 결실이란, 연구 논문을 특정 저널이나 학회에 투고를 해서 억셉을 받은경우고, 큰 결실이란, 첫 번째 논문에서 많은 주목을 받은 경우를 말한다, 예를들면 구두발표 하거나 혹은 best paper 어워드를 받거나.
이번글에서는 어떻게 하면 좋은 첫 번째 연구주제를 잡을수 있을지에 대해 개인적인 생각을 말해보고, 그것이 막 대학원생활을 시작한 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막 대학원 생활을 시작한 분들 뿐 아니라, 다음 연구주제를 고민하고 계신 모든 분들께도 참고가 되었으면 한다.
‘좋은 연구 주제’ 에 대한 워킹나무의 정의는 다음과 같다.
‘좋은’ 연구 주제란 본인이 하고 있는 연구라는 행동에 대해 중심 (뚝심) 을 잘 잡아주는 주제이다.
본인이 하고 있는 주제에 대해 의심의 씨앗이 싹트는 순간, 행동에는 망설임이 생기고, 그러한 망설임은 결국 아무런 결과를 내지 못하게 하는 굴레에 빠지게 한다. 즉, 본인 스스로가 자신의 연구주제가 좋지 않음을 훌륭히 증명해내는 자가당착의 순간에 빠지게 되는것이다. 다음의 네가지의 방법을 통해, 자가당착에 빠지는 상황을 피해보자.
1. 거인의 어깨에 올라타라.
거인이라고 해서 연구의 대가를 생각하는 것은 큰 오해다. 오히려 연구의 대가들은 너-무 바빠서 연구를 지도해줄 시간이 없다. 그들이 하는건 매-우 큰 그림에 대한 언급들이 보통이다. 워킹나무가 말하는 거인이란, 예를들면, 최근에 막 교수가 되신 분들, 즉 자신들이 하던 연구들의 연속선 상에서 새로운 연구주제도 많고, 그 아이디어를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 어떻게 구현해야 하며, 어떻게 실험을 해야하는지에 대한 아이디어도 겸비한 교수들을 말한다 (물론 오래된 교수님들 중에서도 위의 조건을 충족하는 훌륭한 교수님도 많을 것이다 :) ).
본인의 지도교수님이 아이디어도 많고, 구현에 대한 지도도 해주신다면? 그냥 따르라 :) 그정도의 교수님이라면 논문 writing도 굉장히 열심히 책임감을 가지고 도와주실 것이다. :) 자신보다 적어도 5년정도는 더 많이 연구해본 사람이 열정적으로 이끌어주는 연구주제를 따르는데, 그것보다 더 확신이 있을 수 있을까. 물론 어깨에 올라타는데에 있어 엄청난 에너지와 체력을 요하므로 벨트를 단단히 매시길.
여기서 거인이 본인의 연구실 선배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선배를 따르는건 장단점이 있다.
단점: 무턱대고 따르는건 조심해야 될 수도 있다. ‘지도교수’ 라는 사람의 책임감과 ‘선배’라는 사람의 책임감은 하늘과 땅 차이. 연구실 선배는 자기 연구에도 바쁘고, 후배가 못하면 그냥 놓아버리면 그만이다.
장점: 교수와는 다르게 실제로 필드에서 코딩까지 하는 사람이다. 즉, 구현에 대해 크게 도움을 받을 수 있다.
2. 나는 어떤 사람인가? 본인의 성격을 연구 주제에 투영시키기.
연구 주제 라는 것은 사실 사람의 성격마냥 다양하다. MBTI로 따지면 I와 같은 연구주제들이 있는가하면 E와 같은 성향의 연구주제가 있다. I의 성향을 가진사람들이 보통은 I의 성향을 가진 사람을, E의 사람이 E를 더 편해하는 하는 것처럼, 자신의 성격에 더 알맞는 연구주제가 있고, ‘나’ 라는 사람의 색과 어울리는 연구주제가 또 있다. 다음의 4단계를 통해 연구주제를 정할 수 있다.
(1) 본인이 속해 있는 연구분야에서 가장 좋은 학회에 들어가라 (워킹나무 같은경우에는 CVPR이라는 비전학회)
(2) 가장 최근의 학회에서 발표된 논문 List의 ‘제목’만 보고 지루해보이는 제목은 그냥 바로 넘어가버리고, 제목에서 내 심장이 반응하는 논문들은 따로 저장해 놓는다.
(3) 논문을 들여다 보되, 글이 아닌 그림과 결과만 보고, 내 심장이 반응하는 논문들만 다시 속아낸다.
(4) 속아낸 논문들 중에서 가장 쉬워보이는 논문, 내가 그나마 가장 잘할 것같은 논문을 선택한다.
여기서 심장이 반응하는 기준은 당연하게도 사람마다 천차만별이다. 예를 들면, 워킹나무는 다음과 같이 논문들에 대해 심장이 반응을 했다:
“나는 시각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연구가 더 재밌어 보이고, 멈춰있는 이미지보다는 움직이는 것 (비디오 혹은 움직이는 물체의 어떤것) 에 대한 연구가 더 멋져보이고, 실제 어플리케이션으로 많이 사용될 법한 연구주제가 더 흥미로워 보인다.”
논문들을 추려내고 추려내다 보니, 비디오 모션 안정화연구가 눈에들어왔고, 밤낮을 가리지않고 재미있게 연구한 것 같았다. 자신의 성격과 색깔에 맞는 연구주제를 선택하면, 해당 연구주제에 대한 의구심을 갖지 않고 몰두를 할 수 있다. 그러한 몰두는 논문의 합불 여부를 떠나 적어도 한번의 논문투고를 완주하게 해주는 힘의 원천이 될 것이다. 명심하라, 논문의 퀄리티가 똥이던 금이던, 논문투고를 ‘완주’해 보는 경험을 일찍 가져보는것이 중요하다. 완벽한 사진을 위해 완벽한 각도에서 셔터를 한번 누르는 것보다, 완벽한 사진에 다가가기 위해 여러번의 셔터를 누르는 것이 성공할 확률이 더 높다는 것을.
하지만 자신의 성격을 연구주제에 투영시키는 방법을 주의해야할 사람들이 있다. 바로 자기 자신에 대한 이해가 없는 사람들이다. 내가 어떤 사람이고, 내가 무얼좋아하는지, 나는 누구인지, 나는 무얼잘하는지에 대한 이해가 없는 사람들이 이 방법으로 연구주제를 정한다면, 바로 산 정상 두봉우리 사이의 흔들 다리 중간에 놓이게 될 것이다 :)
3. 스토리 텔링, 개인화 전략으로 연구주제 잡기.
누구는 말한다, 연구는 인류의 발전을 위해서 해야한다. 개뿔같은 소리. 주변의 대학원생을 아무나 붙잡고 물어보라, 대부분은 취업하려고 한다 :)
하지만 단순히 취업하려고하는 연구는 자신의 행동에 대해 매우 약한 모티베이션을 제공한다 (사실 연구를 안해도 취업은 할 수 있으니..) 그러한 표면적인 이유보다는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고 현재, 1년뒤, 3년뒤, 5년뒤, 10년뒤의 자신의 인생에 대해 스토리 텔링을 해보자.
- 졸업후에 나는 어떤 일을 하고싶은가? 예를들면, 창업을 하고 싶다면, 어떤 기술로 창업을 하고 싶은가?
- 졸업후에 나는 어떤 회사에 가고 싶은가? 혹은 해외 인턴쉽을 어떤 회사에서 해보고 싶은가? 애플에 가고싶은가? 아마존에 가고싶은가? 그 회사들은 어떤 연구를 주로 하는가? 나란 사람을 어떤 연구로 포장하면 내가 원하는 곳에 갈 확률을 높힐 수 있을까?
- 내가 이 연구를 했을때,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혹시 행복하게 혹은 즐겁게 해줄 수 있는가?
- 내가 존경하는 교수가 있는가? 그 교수는 어떤 연구를 하는가? 등등..
- 학부 인턴을 할동안 A기술에 대해서 배웠으니, A기술을 적용시켜볼 수 있는 연구가 있을까?
- 수업중에 X라는 수업을 가장 재미있게 들었고 성적도 좋았으니, 이것과 관련된 연구를 해볼 수 있을까?
- (첫번째 연구가 아니라면) 이전 연구는 B라는 연구를 했으니, 이것보다 더 좋은 성능을 내거나, 이 연구가 사용되는 다른 연구를 해볼까?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를 실현시키기에 가장 근접한 연구주제는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을 해보는것도 매우 훌륭한 연구주제 방법이다. 지극히 개인적인 연구가 때로는 가장 위대하고 가장 단단한 연구가 될 때가 많다.
4. 일석이조 전략
말그대로 한개의 돌멩이 (연구) 로 두마리의 참새를 잡아낼 수 있는 연구주제를 선택하는것도 실용적인 연구주제 선택방법이다. ‘필요’는 사람의 의지를 단단히하고 의지가 확고하면 행동에는 망설임이 없어진다. 예를들면, 어떤 연구를 했을때 논문에도 투고할 수 있고, 연구실 프로젝트에도 사용될 수 있다면, 혹은 그 연구가 수업 프로젝트에 사용될 수 있다면 필요에 의한 모티베이션이 생겨 연구에 집중해야만 하는 상황을 만들 수 있다. 일석이조의 방법을 통해 연구주제를 정하는 방법은 사실 꽤 간단하다. 연구실 프로젝트 혹은 수업 프로젝트에서 해야만 하는 연구주제로 선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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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인생의 첫 연구주제를 잡는 네가지 방법에 대해서 생각을 공유해 보았다. 네가지 방법을 모두 사용해보고, 가장 많은 조건에 부합하는 연구주제를 선택하는 것을 추천한다. 한 가지 사실은 (워킹나무는 '사실'이라고 믿는다), 연구에 있어서도 ‘초심자의 행운’ 은 생각보다 크게 작용한다. 그러한 초심자의 행운은 아무것도 모르는 풋내기가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 부었을때 행운으로 찾아온다. 후회가 남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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