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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실리콘밸리 프로 혼밥러 [나무의 미국일상]

by 워킹나무 2024. 10.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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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살배기 아기를 육아하는 부모에게 혼자만의 시간이란 굉장히 주옥같은 시간이다. 

집에서는 혼자만의 시간을 갖기가 거의 불가능 하니, 나무는 최대한 회사에서라도 혼자만의 시간을 갖으려고 하는 것 같다. 

 

요즘에는 회사에서도 혼밥을 하며 보고싶은 넷플릭스를 본다. 그냥 그게 편하고 그게 더 행복하다. 누군가와 밥을 같이 먹게 되면 잘 씹지도 않고 넘어가는 음식물들이 내 연약한 위장을 강타한다. 상대가 하는말에 귀기울여야하고 다음 나는 어떤말을 해야할지 생각하면서 먹어야 하기 때문에, 음식이 입으로들어가는지 귀로 들어가는지 모르게 된다. 그냥 혼자 천천히 맛을 음미하면서 점심을 먹고 또 유일한 낙, 넷플릭스를 보는게 좋다. 

 

처음 회사에서 혼밥을 시작하면 무언가 불안하다. 누군가를 만나야 뒤쳐지지 않을까, 혼자 다니는 나를 보고 오히려 피하지 않을까, 연민을 느끼지 않을까, 바보같아 보이지 않을까, 사람들과 소셜을 하지 않는것에 대한 불이익이 있지는 않을까 등등의 생각이 따르지만, 일단은 내가 행복하고 내가 살아야한다는 생존본능이 수많은 번뇌와 잡음을 깔끔하게 잡아먹는다. 

 

육아휴직이 끝나고 외로운 늑대모드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점심은 남들보다 매우 이르게, 혹은 매우 늦게 먹는다. 빨리먹으면 11시반정도에 먹고, 늦게먹으면 12시반 혹은 1시에 먹는다. 빨리 먹을 때면 마치 약속이 있는 양 자리를 박차고 나가고, 늦게 먹을때는 마치 미팅이 있는양 이어폰을 꽂고 시선은 컴퓨터 모니터에 집중을 하거나, 실제로 미팅룸에서 일을 하기도 한다.

 

다른 사람들이 점심을 먹을러 갈 때, 나는 돌아오는 경우가 많고, 다른 사람이 점심을 다먹고 돌아올 때, 나는 점심을 먹으러 가는 경우가 많아 반대로 마주치게 된다. 몇 번 하다보면 익숙하고, 전혀 개의치 않는다. 혼밥 1개월정도, 하다보면 그냥 사람들은 ‘아 쟤는 그냥 저런 얘구나’ 생각하고 말지, 더이상 이상하게 보지 않는다. 다만, 일관되어야 한다. 꾸준히 혼자 먹는 모습을 보인다 😀

 

물론, 약속이 들어오면 (혹은 누군가 회사에 방문하면) 함께하는 점심을 마다하지 않는다. 가끔씩 진짜 회사내에서도 마음이 맞는 사람들과 점심을 먹는것은 환영이다! 애초에 마음이 맞지 않는 사람들은, 점심을 먹자고도 권유하지도 않는다 😂 

 

설령 남들과 같이 12시에 먹는다 해도, 저 구석지 눈에 띄지 않는곳, 혹은 다른 건물, 다른 층으로 가서 밥을 먹는다. 혼밥생활 6개월 정도 지나면, 당당히 혼자 먹어도 전혀 거시기 하지 않는다. 

 

가끔씩 곤란한 경우는, 혼밥을 하러 자리를 다니다가 내가 아는 다른 혼밥러와 눈을 마주치는 경우다. ‘흠.. 너도? 나도! 그럼 같이..?’ 라는 마음속 고뇌가 번개처럼 스쳐가다가 어떤경우에는 같이 먹기도 어떤경우에는 다행히 쿨하게 인사하고 잘 넘어가기도 한다. 오히려 다른 프로 혼밥러들도 자기만의 시간을 갖기 위함인 경우가 많으므로, 그냥 지나쳐 주는게 예의가 아닐까도 생각한다 😂 시간이 지나다보면 누가 프로 혼밥러이고, 그들이 언제 어디서 먹는지 대체로 동물적감각으로 알게 된다.

 

요즘 점심시간에는 넷플릭스, 특히 로코물에 빠져있다. 사실 ‘로’ 보다는 ‘코’에서 피식 하는 맛이 있어서 보는 듯하다. 자연스러운 우연성으로 부터 오는 웃긴장면을 볼때마다 혼자 피식피식 하며 주변을 살핀다. 조만간 재밌게 봤던 넷플릭스 리스트를 소개를 하고자 한다. 요즘에는 그 우연성을 정말정말 자연~스럽게 잘만들어서 더 웃는듯 하다.

 

회사에서 프로 혼밥러가 되면, 영혼이 자유로워 지는 것을 느낀다. 물론, 사람들의 성격마다 다를 것이다. 누구는 다른 누군가와 대화를하며 영혼의 자유로움을 느낄테니. 그냥 하고싶은대로 조용히 회사를 누비며 다니니, 오히려 회사에 이전보다 애착이 간다. 

 

회사에서 프로 혼밥러가 되면, 당연히 자연스레 소외가 된다. 중요한 자리에 ‘나’라는 사람을 떠올릴 생각조차 하지 않기 때문이다. 승진의 기회도 적어 들 수 밖에 없다. 음… 승진이라는건 밥을 먹으면서 이루어지는 건 아니지만, 여러 사람들과 말을 해야 뜻밖의 기회에 노출이 되고, 그런 기회를 잡아야 승진에 맞는 요건을 갖출 수 있기 때문이다. 엘리베이터 스피치? 전혀 하지 않는다. 

 

뭐,, 얻는게 있으면 잃는게 당연히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영혼의 자유로움을 선택하고, 물질의 풍요로움을 줄이고 한 것 같다. 돈을 상대적으로 적게 벌어다 주는 남편으로써, 가족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일단은 내가 먼저 행복하고 싶다. 내가 행복해야 가족들도 행복하지 않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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