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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

퀄리티 타임 (19개월차) [실리콘 밸리 아빠의 육아노트]

by 워킹나무 2025. 1.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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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실이의 개월수가 늘어남에 따라 매실이의 행동모방의 정확도와 다양성이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음을 체감한다. 말하는 단어나 억양은 물론이거니와, 본인이 새롭게 본 부모 혹은 다른사람의 행동들, 또 그중에서 자신의 뇌리에 깊게 그리고 주기적으로 박힌 행동들은 굉장히 적극적으로 따라하게 된다.

 

예를들면, 프론트 데스크에서 일하시는 분이 매실이에게 주먹인사 (피스트범프, fist bump라고도 한다) 를 한 적이 있는데, 매실이는 그 인사법이 굉장히 뇌에 꽂혔는지 엄마와 아빠에게 틈만나면 주먹을 가져다 댄다. 여기서 강조하고 싶은건 주먹인사가 아니라, 그냥 자신에게 꽂힌 행동을 굉장히 빨리 습득한다는 것이다.

 

그럼 생각을 해본다. 그럼 현재 매실이가 아빠를 보고 배웠으면 하는 점이 있는가? 또 아빠는 그러한 점을 몸소보여주고 있는가? 

나무의 답은 No 였다. 작년 한해를 돌아보면, 아빠는 어두운 기운과 함께, 어깨를 구부정히 하고서는 틈만나면 키보드를 치러 가기 일쑤였다. 지금 나무의 책상과 일터는 거실에 있기 때문에, 매실이가 항상 아빠를 볼 수 있는 장소이기도 하다. 즉, 키보드를 치는 모습이 매실이에게는 주기적인 자극이 되어, 자기도 키보드를 치고 싶어하는 욕구가 엄청나다. 그래서 어릴때부터, 틈만 나면 아빠 품속으로 들어와 키보드를 치려고만 하고, 지금은 그 욕구가 더 폭발을 하여 최근에는 사용하지 않는 노트북을 하나 매실이에게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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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나무는 매실이가 공학도의 길을 가는것에 대해 딱히 긍정적이지는 않다. 물론 매실이가 공학도의 길, 혹은 키보드로 밥을 먹고 사는 일을 하고자한다면 말리지는 않겠으나, 매실이가 좀더 자신을 표현하고 표출할수 있는 영역의 행동과 일들을 하는 바램이 있는 것 같다. 

 

나무는 이렇게 가서는 안되겠다 싶어, 퀄리티 타임 (즉, 매실이와 양질의 시간을 갖는 시간) 을 갖기로 하고, 그 시간에는 키보드를 치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기로 결심했다. 퀄리티 타임은 나무가 퇴근하고나서 매실이가 자기전까지이다. 그 사이에는 컴퓨터를 보지도, 키보드를 치지도 않고 매실이가 아빠로부터 배웠으면 하는 행동들을 한다.

우선 컴퓨터 키도드가 아닌, 피아노 키보드를 구매했다. 장난감 키보드가 아니라, 실제로 어른들이 사용하는 KROG 88키를 구매하여, 나무도 피아노에 대해 관심을 같이 가져보고자 한다. 여기서 중요한건, 매실이를 위해 피아노를 치는것이 아니라, 진짜 나무가 원하고 치고 싶어서 피아노를 쳐야하는 것이다. 아기들은 정말로 똑똑하기에, 어른들이 진짜로 행동하는건지 그냥 겉으로만 행동하는건지 전부 눈치를 채는 듯하다. 따라서 나무는 집에 오면 일단 손을 씻고 바로 피아노로 가서 지금 치고싶은 곡을 연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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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나무는 피아노를 제대로 쳐본적은 없지만, 그래도 인생의 짬이 생겨그런지 적당히 혼자 시작할수 있었고, Menuet이라는 쉬운곡부터 시작해보고 싶다. 언젠가 재즈 피아노를 소울풀하게 연주하는 날을 그리며 조금씩 집착스럽게, 매실이에게 보란듯이 :) 쳐 보고 있다. 매일같이 키보드를 치는 아빠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이제는 매실이도 아빠의 컴퓨터 키보드가 아니라 피아노 키보드 자리를 계속하여 탐을 낸다. 물론 탐을 낼때마다 무릎에 앉히고 매실이에게 조용히 양보한다, 좋은 신호다.

퀄리티 타임에는 매실이에게 책을 읽어준다. 두권정도 읽는데, 매실이가 읽고 싶은 책 한권, 나무가 읽어주고 싶은 책 한권을 읽는다. 그 사이에 엄마는 저녁 요리를 한다. 책을 읽어만 주는 것이 아니라, 책 읽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매실이에게 책을 다 읽어주고 나면, 나무도 책을 읽는다. 요즘은 투자 책을 처음부터 반복하여 정독하고 있다. 피터린치 만세.

 

마지막으로, 계획장을 가져와 다음날의 계획을 세운다. 무언가를 쓰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무언가를 계획하는 것, 자신의 느낌을 정리하는것, 무언가를 정리하는 것, 실제로 '펜'을 잡는 것이 인생에서 정말로 중요하기에 꾸준히 보여주고 싶다. 

 

훗날 매실이가, 자신을 자유롭게 어떤 형태로든 표현할 수 있는 그날까지, 나무의 퀄리티 타임은 지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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