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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

걷기훈련, 16개월차 [실리콘밸리 아빠의 육아일기]

by 워킹나무 2024. 10.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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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포니아의 어느 한 작은 공원에서 [관련글: 산타나로우], 매실이보다 훨씬 작은 미국아기가 아장아장 힘차게 걷는다 (원래 서양아기들의 체구가 동양아기들보다 더작고 덜먹는다고 한다). 우연히 그 옆에 있는 매실이는 커다란 체구로 엉금엉금 기어가고 있으니, 미국인 부모들이 신기하게 쳐다보기 시작한다. 궁금함을 참지못한 그들은 결국 우리에게 스몰톡 (small talk: 사소한 일상 대화를 하는것으로 미국에서는 모르는사람들과도 굉장히 흔한 문화) 을 시도하여 매실이의 나이를 물어보기 시작한다. 

 

“How old is he?”  그남자애는 몇살이에요?

우리 공주 매실이지만 밖에서는 아직 남자로 본다..

 

“Ah, 14-month ^^;;” 14개월이요 ^^

 

이러저러 대화를 나누고 우리는 매실이가 걷기도 그리 빠르지 않음을 직감했으나 여전히 걱정은 없었다. 이전 포스팅에서도 자주 등장했듯이 우리 매실이의 발달은 꽤나 느린편이다. 뒤집기도, 되집기도, 기기도, 손가락으로 가르키기도 원래 꽤나 늦게한 편이었다. 의사선생님이 말해주시길, 18개월까지도 걷지 못한다면 비정상적인 발달이라고 한다. 그래도 발달이 비정상의 범위까지 가지는 않도록 요즘에는 매실이와 걷기 (극기) 훈련에 돌입했다.

 

걷기훈련 모드에 들어간 후, 매실이의 일상과 놀이에는 항상 “걷기”를 염두한 코스를 끼워주려고 끊임없이 노력한다. 물론 부모가 활발하게 도와주지 않아도 애기들은 언제가 걷고 뛰고 다 하겠지만, 워킹나무는 딸의 페이스메이커를 훌륭히 해내주고 싶은 마음이 강한 것 같다. 확실히 해놓고 싶은건, 워킹나무는 고기가 아닌 고기를 잡는법에 대한 도움을 주고 싶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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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는 잘 걷지 않으려고하여 웬만하면 밖으로 나간다.

아빠의 퇴근 후 산책시간은 매실이의 운동시간이다. 매실이를 수레에 태우고 매실이가 좋아할 만한 장소를 찾는다. 예쁜 도로에서 걷거나, 분수가 있거나, 사람들이 많거나, 놀이터가 있거나, 멍멍이들이 많거나, 다양한 모양의 계단이 있는 그런 장소를 찾아 떠난다. 걷기 시작하는 끝지점 저 멀리에 매실이가 좋아하는 무언가가 있다면 더욱 힘차게 열심히 걷기 때문이다. 반대로 싫어하거나 무서워하는 것이 있다면 계속 안아달라고 하는 역효과가 생긴다. 

 

아기들은 어느정도 ‘목표’라는 것을 이해하는 것 같다. 목표를 세우는 행위 자체가 도움이 되는 듯하다. 매실이와 눈높이가 맞을 정도로 자세를 낮추고, 시선은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길의 저 끝편의 특정 건물이나 나무를 가리키며 저기가 목표라고 말을 해준다. 목표의 끝에 놀이터와 같이 매실이가 좋아하는 장소나 물건이 있다면 훨씬더 효과적이다. 또는 목표에 도착하여 간식을 먹을 것이고 간식컵을 보여줌으로써 매실이가 행복한 느낌을 상상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목표를 세우는 행위를 하는것 자체가 말이 아닌 행동이나 몸짓으로 이해를 하는 아기들에게 도움이 되는 듯하다. 저 넘어 끝에 도달하면 무언가 좋은일이 생길 것만 같아 빨리 걷기를 하고싶게 만들기 때문이다. 목표를 세우고 하나, 둘, 셋! 을 외치면 매실이는 신난다는 듯이 걷기 시작한다. 물론 중간즈음 부터는 힘들어서 안아달라고 외치지만, 나쁜 아빠가되어, 목표를 끝까지 이룰것을 끈질기게 권유한다.

 

처음에는 매실이의 두손을 잡고 같이 걷는다. 평평한 길을 갈때는 매실이는 앞을보고 아빠는 등을 뒤로하여 같이 한발 한발 나아간다. 아빠는 균형과 목표만 잡아주고, 중간의 항해는 매실에게 맡긴다. 길턱이 있으면 한번씩 올라가보고, 계단으로 가고 싶어하면 계단을 오르락 내리락 하며, 야외 탁구장위의 네트를 장애물 삼아 장애물 뛰어 넘기를 한다. 때로는 아스팔트길을 잠깐 벗어나 진흙길로, 잡초길로, 분수가 있는 길로 가며 목표지점을 향해 조금씩 조금씩 나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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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실이의 성취에는 항상 아빠의 ‘오버’스러운 칭찬과 간식이 따른다. 오버스럽게 매실이를 들어 안아 뽀뽀를 해주고, 하이파이브를 하고, 매실이의 성취에 진심으로 기뻐해 준다. 돌아온 길을 다시 돌아보고, “매실이가 저기부터 여기까지 이~~만큼이나 왔어.” 라고 자랑스러워 해준다. 공원 어드메에서 의자를 찾아 잡고, 서로 같은 곳을 바라보며 매실이는 엄마가 준해온 과일과 간식을, 아빠도 엄마가 준비해준 간식을 바람을 맞으며 기분좋게 열을 식힌다. 

 

문제는 매실이의 두손을 잡고 걷게되면, 몇 발자국 걷다보면 벌써, 허리가 끊어질 것 같아서 한가지 아이디어를 생각해 낸다. 외출을 시작할 때는 유모차가 아닌 수레에 매실이를 태우고, 매실이가 수레를 밀도록 한다. 매실이는 마치 모터보트의 동력원 처럼 걷기를 운동을 하고 아빠는 방향을 잡는 키맨이 된다. 중간에 매실이가 다른 방향으로 가고 싶으면 아빠한테 손가락질을 하고, 매실이의 기호에 맞춰 방향을 바꿔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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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레를 사용하여 걷기연습을 한지 3주정도 지났으려나, 수레의 단점이 생겼다. 걷기를 위한 다리근육은 이제 많이 생긴 듯하나, 수레만 잡고 걸으니 몸의 균형은 거의 제로에 가까웠다. 매실이가 항상 무언가를 밀면서 걷기 때문에, 항상 상체가 앞으로나아가고 다리에만 힘이 생겨 상하체의 균형이 맞지 않게 된 것이다. 마치 한때 유튜브에서 화제가 되었던 송아지 누나의 상하체 분리 골프치기 영상과 같이 [관련 비디오], 매실이가 수레의 도움이 없을때 상하체가 완전히 따로놀아서 최종적으로 걷기에는 더이상 도움이 되지 않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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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실이의 상하체 균형의 문제를 발견하고나서부터는 더이상 수레를 사용하지 않고, 한 손만 잡고 걷기를 시작하였다. 매실이의 한 손으로 잡고 걷게 되면, 반대쪽의 몸은 온전히 자신이 제어해야 하기 때문에 상하체의 균형을 만들어주는 근육과 신경이 발달하게 된다. 양손을 번갈아 가며 잡아주는데, 이 때, 잡아주는 손이 매실이의 몸을 기준으로 최대한 앞으로 나아가지 않도록 주의한다. 손이 앞으로 나아가면 여전히 수레를 밀 때와 같이 상체가 앞으로 쏠려 버리기 때문이다. 두 손으로 잡을 때보다 허리를 덜 숙여도 되므로 허리에 부담은 덜 했으나, 목을 숙여야 하므로 이번에는 승모근 (목 주변의 어깨근육) 이 고함을 외쳐대기 시작하고 빨리 이 걷기지옥에서 나와주길 희망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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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손바닥 전체를 잡아주고, 잡아주는 힘도 꽤나 많이 들어간다. 며칠, 몇주, 몇달이 지나다 보면, 매실이의 몸 전체에 균형이 맞아가고, 자신감이 생겨나기 시작한다. 아빠가 잡아주는 손에는 힘이 점점 덜들어가고, 걷기 직전의 매실이는 거의 힘이 빠져 있는 아빠의 손가락에만 의지를 한 채 걷기훈련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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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실이의 걷기에 도움이 되는 곳 어디에서나 훈련을 한다. 놀이터에서도 하고, 해변에서도 하고, 어느 작은 마을의 축제에서도 하고, 기차에서도 하고, 집에 돌아오는 도중에도 하고, 마트에서도 한다. 마트는 정말이지 걷기 훈련을 하기 굉장히 좋은곳이다. 어딜가든 반짝반짝하고 알록달록하고 화려한 물건들이 천지에 깔려있으니 매실이의 움직임에 에너지를 부여하고 모터를 달아준다. 움직이려고 하는 의지만 있게 해도 걷기운동에는 굉장히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 다른 아기들이 걷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 또한 굉장히 매실이를 자극하는 듯하다. 매실이는 매주 두번씩 어린이 박물관이나 도서관으로 스토리타임 (어린 아이들이 한데모여 이야기를 읽어주는 선생님과 30분정도 노래도 부르고 율동도하고 호흡을 맞춰보는 시간) [관련글: 스토리타임] 을 가는데, 언니 오빠들이 걷는 것을 보고 같이 움직이려 하는 몸부림을 친다.

계속 몸부림을 치다보면 아래의 사진처럼 어느샌가 무릎이 아니라 발과 손으로 거미처럼 버틸수 있는 자세를 하는데, 굉장히 좋은 신호이다. 아래 사진은, 매실이가 처음으로 거미자세를 했던 놀이터이다. 자신이 원하는 그네까지 가고싶어 죽겠으나, 아빠는 절대 도와주지 않고 혼자 가도록 유도하고자 안간힘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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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가락을 잡고 걷기 훈련을 하는 한편, 아빠는 나쁜 아빠가되어 집 안팍으로 끊임없이 매실이의 손을 놓는 연습을 한다. 매실이는 엉덩방아를 찧고 찧고 찧다보면 언젠가 갑자기 스쿼트자세로 버티는 매우 기이한 현상을 목격하게 된다. 스쿼트자세로 버티다가 결국에 엉당방아를 찧고 찧고 찧다보니, 갑자기 매실이가 기합을 넣고 폭발적으로 한번 일어나더지 0.1초를 버티고 다시 쓰러진다. 아 빠는 이를 폭발스쿼트라고 명칭하고 매실이는 끊임없이 연습한다. 아빠가 하나/둘/셋을 외치면 매실이는 폭발적으로 일어난다.

 

이 폭발스쿼트 동작을 끊임없이 연습하는게 대단히 중요하다. 걷기를 위해서는 일단 앉은자세에서 홀로서기를 해야하기 하기 때문이다. 매실이가 홀로서기를 시작할 때는 아래와 아래와 같은 연속동작으로 일어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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앉아 있는자세에서 서기를 성공한 매실이.

매실이의 걷기 성장은 여느때와 같이 여행을 다녀온 뒤였다 [관련글: 산타크루즈]. 익숙한 집을 떠나 완전히 새로운 환경에서 시간을 보내는것이 매실이에게는 역시나 효과가 대단했나 보다. 근처 해변가로 1박2일 여행한 뒤, 새로운 바로 다음날 부터 점점 새로운 모습들을 보이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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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물건과 물건사이로 날다람쥐를 성공한 매실이.

저녁에는 날다람쥐를 시작했다. 하나의 하나의 가구에서 짧은 거리에 있는 다른 가구로 손을 떼고 넘어간다. 매실이가 잠에 들기전, 시간을 보내는 도중 선반에서 소파로 넘어가는 놀라운 장면을 목격하고 엄마와 아빠는 환호를 지르며 쓰러질듯 기뻐해주었다. 엄마 아빠의 반응에 자기도 신기했는지 한번이 아니라 두세번 더 다람쥐를 시전하고, 마지막으로는 사물에서 엄마한테 혼자 안기며 기막힌 순간에 마침표를 찍었다. 날다람쥐의 성취의 기세로 다음날에는 앉아서 일어나기를 하였고, 그 다음날엔 더 먼거리의 날다람쥐를 시전하였다 (안타깝게도 두 순간은 아빠가 회사에 있을 때여서 함께하지 못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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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실이는 항상 그래왔듯이, 시작은 늦으나, 한번 시작하면 폭발과 같이 상승 곡선을 그린다. 지금은 마트에서도, 쇼핑몰에서도, 집에서도, 거리에서도, 풀밭에서도 힘차게 걸어다닌다. 지금까지 아빠와 손을 잡아야지만 걸을 수 있었던 거리를 이제는 본인 스스로의 힘으로 아빠의 수레를 따라오기 시작한다. 아기들은 걸을 때 두 손을 고정시키고 뒤뚱 뒤뚱 걷는데, 그 모습이 마치 뚱냥이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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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야와 공기가 달라진 덕에 궁금한것도 더 많아지고, 만져보고 싶은것도 더 많아지고, 해보고 싶은것도 더 많아진듯하다. 집안 구석구석의 온갖 곳을 뒤엎어놓고 다니고, 이젠 3층 책장의 책들을 마구잡이로 뽑아낼수 있는 능력과 힘이 생겼다. 이제는 안전 벨트를 더 꽉 조여메고 매실이의 우당탕탕함을 마주하러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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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실이는 지금까지 물만 들어가면 몸이 경직되고 울보가 되었다. 이제는 걸음마를 시작했으니, 다음으로 물에 대한 적응을 시작하기로 한다! 매실이가 홀로 물고기를 잡을 수 있는 그 날까지, 아빠는 인생의 페이스메이커로 동행해주고 싶다.


-워킹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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