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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

할로윈 데이-17개월차 [실리콘밸리 아빠의 육아노트]

by 워킹나무 2024. 11.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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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할로윈에 진심인 나라다. 할로윈이 되면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할로윈을 즐길 수 있는 행사들로 가득하다. 회사에서는 직원들이 각자의 코스튬을 가져와 경연대회를 하기도 하고, 낮에는 아이들을 위한 행사로 분주하고, 밤이되면 으스스하거나 야시꾸리한 코스튬을 입은 으른들이 길을 가득메우고 음악과 함께 들뜬 분위기로 사람들을 만나러 다닌다. 으스스하게 할로윈 분위기로 꾸며놓은 가게들로 즐비하고, 할로윈 코스튬을 입은 사람들을 1주일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나무는, 미국에 온지 8년차가 되어가도록 할로윈데이에 관심을 준 적이 단 한번도 없었다. 

할로윈을 위한 코스튬을 사는 것은 사치라고 생각했고, 할로윈 행사에 참석할 시간에 그냥 쉬는게 좋았다. 와이프도 동감한다고 한다. 

 

남편으로서 관심이 전혀 없던 것들이, 아빠가 되고 나서부터는 조금씩 눈과 마음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할로윈도 새롭게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 것들 중 하나이다. 매실이가 세상을 제대로 인지할 수 있는 인생에서의 첫 할로윈이기에 우리는 매실이에게 할로윈 이라는 미국의 ‘문화’를 체험하게 해주고 싶었다. 내가 아닌 자식을 위해 아빠의 시야를 넓힐 때가 온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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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로윈 행사에 코스튬이 빠질 수 없다. 매실이 생에 첫 할로윈이니 코스튬도 제대로 갖춰입고 가기로 한다. 매실이의 애착인형 [관련글: 애착인형] 에 착안하여, 이번 매실이의 코스튬은 사자로 결정이다. 아이가 좀 더 크면 자신이 입고 싶은 복장을 고집하기에 어렸을 때나 부모가 정해준 코스튬을 입힐수 있다고 한다. 아이들의 할로윈 파티는 주로 Trick and Treat 행사 (초콜릿이나 사탕을 받는 행사) 가 많으므로 할로윈 바구니 또한 필수이다. 할로윈의 상징물인 호박도 하나 사보았다. 매실이를 위함이라면 할로윈에 사용하는 코스튬과 행사에 참여하는 시간이 아깝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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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서 열리는 행사 [관련글: 도서관 할로윈] 와 작은 마을 전체에서 열리는 행사 [관련글: 마을 돌이 할로윈] 에 다녀왔다. 아이들이 특정 위치나 가게에 가면 어른들은 아이들을 환-하게 반겨주며 준비된 사탕바구니를 들고와 아이들에게 건내준다. 도서관 이벤트에서는, 각기각색의 코스튬을 입은 어른들이 마치 캐릭터마냥 흉내를 내며 아이들에게 다가가면, 아이들은 좋아서 뒤로 넘어진다 :) 아이들은 사탕 바구니에서 자신이 마음에 드는 사탕을 하나 혹은 두개정도 골라 자신의 할로윈 사탕바구니에 담는다. 사탕과 초콜릿을 마음껏 먹을 수 있는 일종의 치팅데이라고 해야할까. 

 

사실 그리 거창한 행사는 아니지만, 아이들을 격하게 반겨주는 장소에서 다른 사람들과 행복한 웃음을 짓고 밝은 어투로 인사를 하며 상호작용을 하는 것 자체가 매실이의 저 깊은 내면을 환하게 밝게 비추어 준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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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살배기의 아기와 행사에 참여한다는건 그리 쉬운 일은 아닌 듯 하다. 걸을수 있는 시간이 짧기에 계속 안아 주었다 놓았다를 반복하다 보면 허리가 끊어질 듯 하고, 아기의 눈높이에 맞추어 세상의 새로운 문화를 접하게 끊임없이 독려해 주다 보면 진이 빠지고, 말을 못하는 매실이 이기에 아이의 어투로 대신하여 인사를 하다보면 목이 쉬어가기 시작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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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실이는 그런 아빠에 보답이라도 하듯, 초콜릿 바구니에서 야무지게 초콜릿 하나를 골라 자신의 할로윈 바구니에 넣는것을 배워보인다. 혼자 뽀짝뽀짝 걸어가 초콜릿을 가져오는 그런 귀여운 모습을 보며 아빠는 바닥난 에너지를 다시 끌어올리게 된다. 매실이는 벌써 할로윈이라는 문화를 이해한 듯 하다. 

 

말보다 몸으로 익숙해 진것들은 평생간다. 왜 그런게 있지 않은가. 크리스마스의 따뜻함: 눈오는날 티비앞에 앉아 보일러위에 누워 나홀로집에 보는, 그런 익숙함. 나는 그런 따뜻한 감정을 매실이 내면 저깊은 곳에 남겨주고 싶다. 아직 언어를 모르는 매실이지만, 초콜리 하나를 잡아보는 것, 평소와는 다른 의상을 입어 보는 것, 자기 또래의 아이들과 무리를 지어 다니며 행복한 무드의 소리를 듣는 그런 모든것들이 매실이의 정서에 언젠가 도움이 되기를 희망하고 그것들에 익숙해 졌으면 한다. 물론 매실이도 세상의 어두운면을 많이 경험하게 되겠지만, 밝음으로 이겨낼 수 있는 어른으로 자라나길 바란다.

 

단순히 한 해의 이벤트가 아닌, 가능하다면 하나의 가족문화까지로도 계획 해볼까 생각한다 (나무는 어떤 가족문화를 만들지 항상 고찰하는 아빠사람이다 :) [관련글: 가족문화]. 매실이 뿐만 아니라, 아빠 엄마도 엉뚱한 코스튬을 같이 입고 거리를 돌아다니면 가족간의 소속감이 생기지 않을까, 또 그런 소속감이 언젠가 가족들에게 들이닥칠 위기를 굳건히 이겨낼수 있게 해주는 원동력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한편, 미국은 아이들-친화적인 나라임을 다시 확인할 수 있는 기회였다. ‘어떻게 대부분의 사람들이 아이들게 저렇게 친절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하기도 하고, 이러한 생각 자체가 무색한듯 미국에서는 그것이 당연한 나라이다. 곧 매실이를 데리고 한국에 방문할 예정인데, 직접적인 온도차이를 느껴 보고자 한다. Stay Tun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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