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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

옅어지는 부부의 연결고리[실리콘 밸리 아빠의 육아노트, 16개월차]

by 워킹나무 2024. 10.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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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프와 나무는 20대 초반에 만나 5년을 사귀고 5년의 결혼생활뒤에 매실이를 갖게되었다.

 

매실이를 갖기 전, 10년동안, 우리는 함께 먹고, 함께 자고, 함께 웃고, 함께 바라보고, 생각을 공유하고, 함께 걸으며 서로에게 동화되어 그 무엇으로도 끊을 수 없을 것만 같은 유대의 연결고리를 만들어 갔다. 둘 다 아싸 (아웃싸이더, 즉 사람들을 잘 만나지 않는 성격의 사람) 였던 우리는 지인들을 그리 만나지도 않았고, 항상 둘이서 시간을 보냈다.

 

유학과 결혼생활을 동시에 시작한 5년 동안의 우리는 친구라고는 손에 꼽을 정도고, 또 그 손꼽을 정도로 적은 친구를 만나는 날도 손에 꼽을 정도였다. 오르막길의 경사가 어떻든 함께 올라갔고, 내려올 때는 같이 올라왔던 길의 보람을 느끼며 시원하게 함께 내려왔다. 과거를 추억하고, 현재를 둘의 온전한 시간을 채워가며, 끊임없이 미래를 그리고 공유해왔다.

 

매실이가 나온 뒤에는 10년동안 만들어 놓은 그 단단한 고리가 옅어져 가는 것을 느낀다. 

 

가장 큰 이유는, 엄마와 아빠가 단둘이 함께하는 시간 자체가 극도로 줄어들었다. 아빠는 이제 돈벌이와 어느정도의 육아를 병행하기 [관련글: 아빠의 일상] 위해 와이프와 함께 보내는 시간 만큼을 육아에 반납해야 했다. 남편을 위해 들이던 엄마의 정성은, 이제 매실이를 돌보는 곳에 사용되어 지고 있다. 아빠는 가족들이 잠에서 아직 깨어나지 않은 이른 아침에 출근하여 업무를 시작하고, 엄마는 매실이의 밥을 준비하는데에 새벽같이 허덕이다가 (이르면 새벽 세시, 늦으면 새벽 다섯시 정도) 눈을 붙이고, 부족한 잠은 매실이의 낮잠시간에 맞춰 채우곤 한다.

 

가끔씩 둘이 보낼 수 있는 시간도 생기지만, 그럴 때면 밀려있던 일들을 하거나, 혹은 따로 하고 싶은것들을 개인적으로 한다 (예를들면, 잠을 보충하거나, 넷플릭스를 보거나). 지금은 혼자만의 시간이 더 간절한 시기인가 보다. 

 

단 둘이 보내는 시간이 없으니, 자연스레 대화의 양이 줄어들게 되고, 또 자연스레 척 하면 알던 서로의 생각마저 오해하기 시작한다. 별것도 아닌 말이나 말투에 상처를 받기도 하고, 사소한 행동과 몸짓에 서운하기도 하며, 힘들어하는 서로의 얼굴과 한숨에 눈치를 보며 조용히 자리를 피하기도 한다. 당장 눈앞의 육아를 해야하는 힘겨운 현재 상황으로, 더이상 달콤한 미래를 상상하는것에 에너지를 쓰려하지 않는다. 추락해 가는 몸의 에너지와 체력은 공감의 그릇을 쪼그라들게 만들어, 가끔은 서로의 눈을 가리고 귀를 막아 이해하려 하지 않게 만든다.

 

참다가도 터져나오는 한순간의 화와 눈물이 쇠사슬과 같이 단단했던 부부의 연결고리를 녹여나가고 있다. 매실이로부터 시작된 짜증과 아픔 (이앓이, 배앓이, 감기 등 [관련글: 배앓이, 코로나, 감기]) 의 지진은 엄마에게고스란히 전파해 나가고, 또 그 지진은 거센 해일과 함께 아빠를 휩쓸고 간다.  

 

옅어져만 가는 연결고리에 걸쳐진 우리는, 매실이가 어엿한 어른이되어 건강히 날려 보낼 수 있을 때까지, 이 또한 지나가리라 생각하며 근근히 버텨내고 있다. 

 

휘어질 수는 있지만 끊어지면 돌이키기 힘들다. 세상의 모든 만물의 법칙중 하나이다. 마치 단단한 쇠사슬이나 잡초 혹은 나무와 같은 이치라고 할까.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부부의 관계가 잠깐 옅어질 수는 있으나, 이 관계가 끊어지게 되면 돌이키기 어려워진다. 다행인 건, 아빠도 그리고 엄마도 이 부분은 정확히 이해하고 인지하고 직감하고 상상한다. 

 

우리는 옅어진 연결고리가 절.대.로. 끊어지지 않도록 몸부림 치고 있다. 

 

일주일에 한번은 부부만의 퀄리티 타임을 갖으려고 한다. 우리는 주로 매실이를 재워놓고 미국의 저녁길을 산책한다. 산호세 다운타운은 위험하지만, 금요일이나 토요일에는 클럽과 파티로 저녁길은 굉장히 밝고 신나고 흥이 넘친다. 그 길사이로 구경을하며 서로의 눈은 같은 곳을 바라보고 같은 느낌을 갖게되고, 그 길끝에 있는 요거트 아이스크림집에서 달콤한 아이스크림으로 저녁을 마무리한다.

 

한 달에 한번은 제대로된 여행을 가려고 노력한다. 비행기를 타지 않고 갈수 있는 산타크루즈, 팔로알토, 샌프란시스코 등등 적어도 1박을 하는 여행을 하려고 한다. 여행중에는 대체로 많은 ‘걸음’ 이 따른다. 걷는 중에는 자연스레 대화가 많아지고 생각의 교류가 많아진다. 매실이 엄마도 강제로 요리를 하지 않아도 되니,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그리고 긴장이 풀린 채로 서로를 바라볼 수가 있게 된다. 아빠도 회사 일에서 한걸음 뒤로 물러나, 가족들과 깊은 시간을 같이 보낸다. 여행을 하다보면 거의 무조건 고생을 하게 되는데 (대체로 매실이를 케어함으로써 오는 고생이다), 고생은 사람의 관계를 끈끈하게 해주는 풀과같은 역할을 한다.

 

매실이 엄마를 최대한 믿고자 한다. 사실 매실이 엄마가 가끔 이해가 가지 않는 경우가 있다. 예를들면, 왜 그렇게 새벽까지 매실이 음식을 준비해야 하는지는 이해가 가질 않는다. 이전에는 화도 많이 난다. 하지만 믿기로 마음먹었다. 그냥 알아서 잘하겠거니,, 믿음을 주고난 뒤에는 나무의 영혼도 자유로워지는 느낌이다. 와이프의 역할에 믿음을 주고, 나는 나대로 아버지로써, 남편으로써, 회사원으로써 나의 역할을 묵묵히 수행할 뿐이다. 이해보다는 믿음으로 와이프를 대하고자 한다.

 

서로에게 공경과 공간을 주기로 한다. 받은 도움에는 고맙다는 인사를 잊지않고, 괜한 짐작으로써 상대를 대하지 않는다. 누군가가 정신적으로나 물리적으로 힘들어보인다면 최대한 혼자만의 공간 주어 회복할 수 있는 시간을 주도록 노력한다. 서로 감정이 상하여 말다툼을 한 날에는 최대한 그날 해결하고자 노력한다. 다음날 까지 가기에는 감정적으로 신체적으로 에너지가 없는 우리이기에, 그 영향은 매실이에게까지 가게 되어있다. 아이들은 부모의 관계가 좋지 않을 때 극도의 불안감을 느낀다고한다. 매실이 앞에서 혹시나 싸우거나 감정적이 된다면, 우리 중 한명은 그 자리를 최대한 피해 흥분된 마음을 가라앉히고, 매실이가 보지 않는 영역에서 다시 대화를 이어나간다.

 

위에서 언급한 것이 전부다 불가능하게 될지라도 우리는 이것 하나는 마음속 깊이 잊지않고 있다: 우리는 매실이를 최선을 다해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사랑하고 있다. 매실이로 인해 옅어진 부부의 고리지만, 매실이 덕분에 우리 부부의 고리는 절대 끊어지지 않으리라 확신한다. 매실이를 사랑하는 마음 하나로 부부의 연결고리는 계속 이어갈 수 있을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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