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이지나면 서서히 성장의 폭발의 순간이 다가온다. 아기들의 성장은 조금씩 꾸준히 선형적으로 증가하는 것이 아니라, 어느 순간, 쌓아놓았던 에너지가 갑자기 폭발하듯 단계적으로 성장한다.
매실이의 경우는 그 폭발의 순간이 돌이지나고 나서부터 16개월까지의 사이기간에 왔다. 체감상, 하루에 한번씩은 새로운 행동을 하는 것 같은데, 그 귀중한 순간을들을 기록으로 남겨 놓지 않으면 전부 잊어 버릴것만 같아 그때그때 노트를 남기고자 한다. 인지, 관찰력, 암기력, 모사능력, 근육의 협응력 등등 전반적으로 성장을 보인다.
참고로, 성장의 폭발을 보이기 시작한 순간은 굉장히 ‘찰나’ 가 많아 사진으로 담을 수 없는 것들이 많다. 좀더 정확히 말하자면, 눈으로 보기에도 바빠죽겠는데 사진으로 담을 겨를이 거의 없다 (항시 켜놓는 관찰카메라가 아니고서는..). 그래도 운이 좋아 이미지나 비디오로 남긴 것들에 대해서는 공유하고자 한다.
행동과 행동모사의 폭발
주말마다 아빠는 청소기를 돌린다. 그것도 굉장히 파워넘치게. 빨리 끝내고 싶은 마음도 있겠거니와 원래부터 성격이 급한 부분도 있어 청소기 강도는 터보모드로 틀어놓고 앞뒤로 있는힘껏 밀고 당긴다. 매실이는 그 모습이 신기 하고 너무나도 역동적이었나보다. 아빠가 잠시 청소기를 내려놓은 사이에, 청소기 버튼을 누르고 (버튼누르기 정도는 이미 마스터한지 오래다) 청소기의 소리에 박수를 치고, 청소기를 앞뒤로 당긴다. 물론 가르쳐 준 적은 없다.
매실이가 식기세척기에서 그릇하나를 꺼내더니 생수기로 가서 그 그릇을 물이나오는 곳에 올려 놓더니, 손가락으로 버튼을 가리키며 “무무무” 를 외친다. 엄마와 아빠가 평소에 컵으로 생수를 뜨는 모습을 모사하고 싶었나 보다.
매실이를 세탁기 근처에 앉혀놓으면 이제는 빨래를 넣어 준다. 빨래를 다 넣고 시작버튼을 계속 누르는가 싶더니 작동하지 않자 엄마손을 가져간다. 우리집 세탁기의 시작은 버튼을 누르는게 아니라 당기는 것이었다.
매실이가 가는 놀이터에는 어른들의 농구대가 많아서, 농구 하는 사람들을 항상 유심히 관찰한다. 이제는 집에 있는 탱탱볼을 보면 알아서 공을 튀기고 던지기를 시작한다.
포크와 수저가 점점 능숙해진다. 아직 완벽히 성공하지 못하였고, 의지에따라 사용하지 못하지만, 점점 자연스러워지고있다. 수저와 포크를 식사하기 몇분까지는 사용하다가 잘 되지 않으면 결국에 손으로 집어 먹는다. 하지만 아빠와 엄마의 수저 포크질을 “꾸준히” 따라 하고 있다. 조금씩, 조금씩 향상되고 있다. 매실이는 항상 그래왔듯이, 계속 실패하다가 갑자기 성공할 테니.
우리가족은 가끔 맥도날드에서 아침을 즐기곤 한다. 아빠, 엄마는 맥모닝을 매실이는 엄모닝을 (엄마가 만들어준 모닝세트). 한 번은 매실이의 물을 가지고 않아 물 컵을 맥도날드에서 받았는데, 자기가 음료수 캡을 벗기고 물을 마신뒤에 다시 캡을 끼워놓는다. 어른들이 쓰는 빨대를 음료수컵에 꽂고 혼자서 쾌감을 느끼며 박수를 친다.
물건을 잡고 일어나기 시작하고, 엄마와 아빠의 손을 잡고 걷기 시작하고, 계단을 오르내리고, 물건을 밀기도 한다. 몸 전체의 균형이 잡히고 나서는 한손으로 잡고 걷기를 시작하고, 물건과 물건 사이를 혼자 다람쥐처럼 다니다가, 결국에는 16개월차 초반에 걷기를 시작했다. 매실이는 꽤나 늦은편인데 어떻게 걷기훈련을 하였는지는 다른 포스팅에서 그려보고자 한다.
언어의 폭발
할 줄 아는 말이 많고 모사가 많아진다. 지갑을 보면 찌까! 가위를 보면 까까! 강아지를 보면 멍멍! 자기가 그것을 보고 말을 할 줄안다는것에 대해 뿌듯해 함을 느껴서 그런지 볼 때마다 그 단어를 외친다.
안아달라는 표현으로 ‘앙아’ 라고 한다. 고개를 들고 앙아 라고 외치면 너무너무너무 귀여워서 아니 안아줄수가 없는데, 걷기훈련을 할 때는 그래도 나쁜아빠가 되고자 하여 안아주기를 꾹 참아낸다.
아직은 비슷한 발음의 물건들을 한데모아 한 단어로 말한다. 예를들면, 까까에는 여러의미가 있는데, 과자, 가위, 칼 등이 까까로 불리운다.
말을 할 줄 아는 것도 신기하지만, 말을 알아듣는건 더 신기하다. 실제로 그 단어를 이해하는건지, 혹은 단어의 음성과 소리의 특성으로 그 의미를 기억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손 조심해! 라고하면 손을 피하기도 하고, 물건을 가져다 달라고 부탁을 하면 가져다 주는 경우도 있다. 뽀뽀~ 라고하면 이마를 가져다 대주는 우리 천사 매실이.
인지력, 기억력, 추리력의 폭발
한 번 봤던 것들에 대한 기억들이 남는다. 물건을 기억하고, 아빠엄마가 사용하는 동작들을 기억하고, 장소를 기억한다.
사진과 실제의 것을 이제는 매치 시키는 능력을 가졌다. 집에 물건의 사진들이 담겨있는 책이 있는데, 새롭게 다녀온 곳이나 새롭게 봤던 동물들이 책에서 보이면 알아보고 계속 가리킨다. 몇주전 동물원에서 본 홍학 [관련글: 팔로알토동물원]을 다음날 책에서 보고서는 바로 알아내고, 다람쥐를 책에서 알아보고, 바다를 책에서 알아본다. 아빠의 어릴적 사진을 보고 ‘빠빠’를 외친지는 꽤 오래되었다. 흠.. 그런데 엄마의 어릴적 사진을 보고서는 아직 엄마를 외치지는 않는다. 너무 다른가..
원래 물건이 어디있는지 기억한다. 특히 자기가 특히 좋아하거나 특히 싫어하는 물건들의 위치를 특별히 잘 기억한다. 해린이가 가장 좋아하는 옥수수를 담은 통의 위치를 기억하고, 컵을 놓는 위치를 기억하고, 자기가 좋아하는 촉감을 가진 엄마의 옷 위치를 기억한다.
오후 5시 즈음, 집 문이 열리면 바로 ‘아빠’를 외친다. 이는 매실이가 문소리와 시간으로부터 아빠임을 추론한다는 뜻이다. 이러한 인과관계를 사용하여 이제는 점점 훈육의 단계가 다가오고 있음을 인지한다. 예를들면, 엄마가 저녁을 만들때는 매실이가 엄마를 방해하지 못하도록 거실에 병풍을 쳐 놓는다. ‘병풍의 침’은 곧 ‘엄마 방해금지’ 라는 인과 관계를 학습했는지, 이제는 엄마가 저녁을 할 때즈음 병풍을 쳐 놓으면 자신만의 공간에서 혼자 놀기시작한다.
하지만 물건 던지지 못하는것을 훈육하는데에는 꽤나 시간이 걸리는 듯 하다. 물건을 던지면 더이상 그 물건을 매실이에게 주지 않고, 물건을 던지면 안된다고 말을 끊임없이 반복하나, 매실이에게는 아직 그 인과관계가 와닿지 않나보다.
사회성의 폭발
사람들과의 상호작용을 점점 더 자주하고, 더 자연스러워진다. 사람들이 매실이에게 인사를 해주면 이제는 따라서 인사를 한다. 가끔은 매실이가 먼저 인사를 구걸 할 때도 있다.. 매실이가 어떤 작은 성취라도 하면 하이파이브를 한다.
어린이 박물관에는 [관련글: 산호세 어린이 박물관] 신발을 벗고 들어가야하는 구역이있는데, 사람들이 벗고들어가는 걸 보고, 그걸 따라해서 자기도 신발을 벗어 넣는다. 아빠, 엄마가 아닌 다른사람들의 행동을 보고 사회적인 약속을 인지한다는 것이다. 자신이 하고자 하는 것이 있지만 혼자 힘으로 불가능하다면 (예를들면 무거운 물건을 옮기거나 높은 곳을 올라가고자 할 때) 누군가의 도움을 요청하기도 한다.
자아의 폭발
성장의 폭발에는 자아가 생기고 있다는 의미도 있다. 자기가 좋아하는 촉감과 식감이 생긴다. 매실이는 물이 흐르는 느낌을 좋아한다. 산책을하다 주변에 물이 흐르는 곳이 있으면 자꾸 가자고 보챈다. 매실이 엄마는 집에서도 매실이를 싱크대에 앉혀 놓고 물이 흐르는 느낌을 맛보게 해준다. 매실이는 오이와 같이 센 야채의 식감을 좋아하지 않는 듯하다. 입안의 꺼끌 꺼끌한 느낌이 싫은가 보다. 모자를 쓰는 느낌을 싫어하지만 목걸이를 하는 느낌은 좋아한다.
이제는 호불호가 확실히 생기고 있다. “아따아따!!” 를 외치며 자신이 원하는것에 대한 강력 주장을 외친다. 자기가 빨리 그리고 강하게 주장하고싶은데 도저히 말로 설명할수없는건 “아따아따” 라고 고함을 지르고 본다. 어릴적 많이봤던 “아따아따”의 단비의 실제모습이 작가의딸이라는 말이 떠올랐다. 진짜 아따아따가 있을줄이야. .. 너무 너무-너무 귀엽지만, 일단은 매실이와 대치를 시도한다.
매실이의 의도를 알아도 매실이가 이성을 차리고 말을 할 때 까지, 조금의 시간을 가지고 다시 매실이에게 필요한게 무엇인지 물어본다. 물론 안되는것은 이유를 설명해주고 매실이의 주장을 들어주지 않는다. 단순히 ‘안되’ 라고만 말을 하는 것은 아이들의 고집만을 더 키우게 한다고 믿고 있다. 사실 매실이 엄마의 의견으로 시작했지만, 아빠도 100프로 동감하기에 최대한 매실이에게 설명을 해주려고 노력한다. 매실이가 알아듣던 듣지 못하던. 참고로, “-- 하면 매실이가 아야아야해”가 가장 잘 먹히고 설명하기도 좋고 그러한 경우가 실제로 가장 많다.
두렵다. 이제 조만간 그 무섭다는 영춘기가 올텐데.. 아기는 비언어적으로 말을 한다. 사실 아기들이 하는 몸짓과 소리에는 전부 그럴듯한 의도들이 있어서 귀를 귀울이고 알아주면 굉장히 좋아한다. 그렇게 마음의 소리를 알아주다보면 영춘기를 무사히 넘어갈 수 있지 않을까. 알아주는 것 자체가, 자기가 사랑받고 관심을 받고 있다고 생각 할 수 있기에 오늘도 최대한 사랑으로 매실이를 보아주려고 노력한다.
-워킹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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