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따라, 그래프를 보는 것에 (특히 주식에) 쓸모없는 시간과 정신적 육체적 에너지를 너무 많이 낭비하고 있다. 어느새, 그래프 중독자가 되어버렸다. 워렌버핏은 주식시장은 조울증에 환자라고 하는데, 조울증이 전염되어 가는것 같다.
그래프를 많이 보는것이 ‘무의미’ 하다는 걸 알면서도 인터넷의 접근성이 너무 좋아서 계속 들춰보게 된다. 일을하다고, 크롬창을 열고, 내가 보유한 주식의 티커 (회사의 주식 약어명) 를 치면 바로 그래프가 나오니.. 무의식 중에도 내 손이, 내 몸이 이러한 행위를 반복함을 알아차리게 되면 혼자 흠칫 놀라고는 한다.
일을 하다가도 마치 ‘멀티태스킹’이 잘 되는양, 그래프와 일을 오며가며 보기도 한다. 참고로 짧은 시간에 멀티태스킹을 하는 것은 기억력과 집중력을 낮춰 치매의 지름길이라고 한다 [관련 기사]. 신기한건, 실제로 기억력과 집중력이 현저히 낮아졌다. 얼굴에는 표정이 사라지고, 누군가 하는 말이 잘 들리지 않는 경우도 많고, 장 중간에, 하나의 일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5분이 채 되지 않을 때도 많다. 장 중간에 리모트 미팅이 있기라도 한다면, 화면에 그래프창을 같이 틀어놓는 경우도 허다했다.
시장의 상황에 따라 간헐적으로 그래프에 더욱 중독되곤 한다. 마치 계속 보고 있으면 뭐라도 더 나올것같이, 보고 있으면 공부가 더 된다는 듯이, 보고 있으면 내가 더 큰 돈을 벌 것만 같이. 결국 이 모든것들이 중장기 투자자 혹은 스윙트레이더에게 부질없음을 알고 있으나, 결국 같은 행위를 반복하는 나.
몇 분에 한번씩 그래프를 들춰보며 다음의 움직임을 상상하고 예측하면, 뇌의 하루 가용범위는 이미 소진되어 버려 다른일을 할 수 조차 없게 되는 날도 있다. 참고로, ‘상상’이라는 창조범위의 행위에는 엄청난 에너지가 소모된다.
눈을 뜨고 그래프를 보면, 그래프가 위로가던 아래로 가던, 뇌가 타는 듯한 느낌이 난다. 위로가면 눈을 뜨자나마자 나오는 도파민에 뇌가 버거워 하고, 아래로 가면 추락하는 느낌의 두려움으로 뇌가 또 버거워한다. 마치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번지점프를 하는 느낌이랄까. 두가지 상황 모두에 손이 떨려 이상한 매매를 한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하지만 눈을 뜨고 그래프를 보지 않으면 불안함과 금단증세로 인해 결국 그래프를 보게 된다.
그래프로 머리는 꽉차 다른 생각이 나질 않고, 저번주에 먹었던, 전날 했던 일들이 기억나지 않기 시작하고, 몰입의 경험을 언제 했는지 기억조차 나질 않는다. 매실이 앞에서 무표정으로 있는 나를 더 자주 발견하다 보니, 이제는 더이상 안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가다가는 가족들마저 그리고 행복감마저 잃어버릴 것 같아 이번주부터 그래프 중독에서 벗어나기 위한 노력을 해 나가고 있다. 즉, 되도록 보지 않는 노력을 하는 습관을 만들고 있다. 사실 그냥 내가 투자를 했는지도 기억이 안나게 하고싶으나, 그건 불가능 함을 알 고 있다. 그래도 최소화는 할 수 있지않을까.
내 의지가 조절이 안된다면 환경을 컨트롤 하고자 한다. 나의 의지만으로 컨트롤하여 보지 않는 습관을 만드는건 굉장히 어려운일이다.
+ 회사에는 매일 나갈 필요는 없지만, 매일나감으로써 볼 수 있는 환경을 최소화 한다 (사람들이 있으면 그래프를 보기 힘든 경우가 많다 :). + 미팅을 오전시간에 많이 몰아 넣는다. 미팅을 할때는 그래도 양심상 그래프를 보고자 하지 않는다.+ 주식이 아닌 지금 내가 당장 해야할 더 중요한 일들을 생각한다. 대체로 회삿일 혹은 가족이벤트와 관련된 일들이다. 본업을 열심히하여 최대한 주가에대한 상상을 하지 않도록 노력한다.+
길에서는 음악을 듣는다. 주식을 공부하고나서 음악과 거리가 멀어지고 있다. 그래프에 중독된 이후 길에서조차 구부정하니 핸드폰으로 그래프를 보고다니는 경우가 허다해 졌다. 이전엔 그런 사람들이 이해되지 않았으나, 지금 내가 그러고 있다. 길에서는 눈이 아닌 귀로 할 수 있는 것들을 하자. 내 영혼에 숨을 불어다 줄 음악을 듣자.
+ 가족들의 도움을 받는다. 딸아이 앞에서는 진정성 있게 교감을 하고, 와이프와는 '돈'에 관한 얘기를 정말로 필요할 때만 한다.
+ 마지막 장마감 30분 전 30분은 그래도 보상을 주기로 한다. 이 시간에는 자유롭게 보자.
+ 오전에 회사에서 운동을 하러 간다. 불교에서 이런말이 있다: 몸이 힘들어야 정신이 자유롭다. 회사에서 오전 일과중에 한바탕 달리고, 나면 정신이 맑아진다.
+ 아침에 그래프를 보지 않도록 한다. 이것은 할 수 있을 것 같다. 사실 아침에 주가가 급등하는 경우가 굉장히 많아서 '단기적' 매매를 할 수 있는 기회가 많지만, 과연 나의 영혼을 팔 정도 까지의 기회일까.
+ 아침에는 글을 쓴다. 정신이 맑은 아침에 글귀들이 가장 많이 떠오른다. 영혼의 정화와 뇌의 독소를 빼기에 글쓰기 만한 것이 없다.
+ 악기를 시작해 볼까 한다. 아무래도 어릴적 로망이었던 베이스를 시작해 볼까 한다 :)
나는 행복하게 가족들과 맑은 정신으로 오래 살고 싶다. 지금은 계속 발버둥을 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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