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육아

옥수수귀신 [실리콘 밸리 아빠의 육아노트-15개월차]

by 워킹나무 2024. 9. 26.
반응형
반응형

15개월차 매실이는 옥수수귀신이다. 

사건의 발달은 매실이의 생후 6개월차로 돌아간다.

image1

 

아빠가 평소에 아침으로 옥수수를 자주 즐겨먹어서 집에는 옥수수가 거의 항시 대기중이다. 이제막 1톨의 이가 나려고 할때, 이앓이에 도움이 될까 싶어 삶은 옥수수를 시원하게 식힌 후 윗부분을 조금 잘라 주었다. 노란 알들이 탐스럽게 달려있는 옥수수 절편을 받아든 매실이는 탐색을 시작하더니, 이내 엄마 아빠를 따라 입에 가져다 물기 시작했다.

 

몇 안되는 노란 알맹이는 어째저째 다 떼 먹고 난뒤, 이가 아픈 매실이는 본능적으로 옥수수 뼈대까지 갉아 먹고 빨아 먹기 시작한다. 츄릅츄릅.. 옥수수 대에서 나온 멕시콘산의 달짝지근한 성분 (캘리포니아는 멕시코와 굉장히 근접하여 멕시코산 옥수수가 많다) 이  매실이의 뇌속으로 파고 들어 지금까지 느껴보지 못한 기분의 맛을 전신으로 느끼게 한다. 

 

평소 매실이 엄마는 어린 매실이가 단맛을 느끼는 것에 대해 극도로 경계한 터라 (설탕은 신생아들에게 쥐약과도 같다는 엄마의 신념이 있다), 달달한 음식은 푸른 주스 정도 밖에 먹어보지 못한 매실이었다. 과일에도 당성분 함량이 생후 초반부에는 거의 주지 않은 상황이다.

 

달달함이라는 맛을 거의 보지 못한 매실이에게 옥수수로부터 어떤 신세계가 펼쳐진 것이다. 

그날 매실이는 작은 옥수수 절편이 짓물러 터질때까지 갈기갈기 빨아먹다가, 결국 목욕할 시간이 다되어 아빠한테 잡혀 갔다.

image2
과일보다는 옥수수를 먼저 집는 매실.

첫 경험이란 누구에게나 강렬하고 오래가며 치명적이다. 그것이 좋던 싫던간에. 15개월차인 매실이에게 최고의 음식이란 아직도 옥수수다. 과일도 굉장히 좋아하지만 과일과 옥수수를 주면 옥수수를 먼저 집는다. 그러한 강렬함은 순간의 도파민을 뿜어내게 하여 행복감을 만들어 내고 자연스레 한 생명체는 더 큰 행복을 위해 더 크고 많은 강렬함 (옥수수) 을 좇는다.

 

매실이는 옥수수를 평소에 어떤 상자에 보관하는지도 기억한다. 아빠나 엄마가 거실에서 냉장고를 열었을 때, 약간의 빈틈 사이로 옥수수 보관통이 보이기라도 하면, 매실이 내면의 옥수수귀신이 나온다. 매실이는 옥수수 통에 대고 손가락질함과 동시에 “우우!! 까까!!! 아아!!” 등의 다양한 소리를 내어 자기의 의사표현을 확고히 한다. 자기가 간절히 원한다는 비언어적인 표현의 일부 (소리라고 해서 전부 언어적인 표현은 아니다) 로 아직은 말을 할 수 가 없기 때문이다.

 

옥수수귀신이 우리집에 찾아온 뒤, 이제는 엄마와 아빠의 아침메뉴에서는 더이상 옥수수를 찾아 볼 수 없다. 옥수수가 식탁위에서 보이기라도하면 매실이가 자기 아침에 집중을 못하기 때문이다. 매실이에게 옥수수를 줄 때는 음식에 자연스럽게 녹여 요리로 주어 (예를 들면, 유아식 볶음밥) 매실이가 최대한 옥수수귀신을 통제할 수 있도록 하거나, 간혹간식이나 후식으로 준다. 

 

가끔 옥수수 귀신을 의도적으로 불러내야 할 때도 있다. 가족 외식을 할 때는 항상 만일의 사태를 대비하여 옥수수램프를 가지고 간다. 작은 보온병에 옥수수 반개정도를 담아가지고 다닌다. 음식점 [관련글: 옳은통닭과 아이폰] 에서 치킨을 주문 했는데, 20분이나 지나서야 치킨이 나오고, 매실이는 이미 점심을 거의 다 먹어가고 있다. 이렇게 생각지도 못한 상황을 맞닥뜨릴 때는 옥수수를 램프를 꺼내어 옥수수 귀신을 불러 불러내고, 옥수수귀신이 떠날 때까지 (15분정도) 우리는 그나마 편하게 점심을 먹을 수 있다.

 

 

물론 옥수수램프의 남용을 경계하고 정말로 필요하거나 급할 때만 옥수수 귀신을 불러낸다. ‘지나친 과잉’은 ‘결핍’ 만큼 위험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물론 ‘지나친 결핍’ 이 가장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 

 

상상해보라.

 

당신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 있다. 그리고 일주일동안 계속 그 음식을 먹는다고 생각해보라. 두번째 끼니에 나온 도파민의 양은, 첫 끼의 반이 될것이고, 세 번째는 반의 반이 될것이고, 다음날 도파민 으로 부터 느낄 수 있는 행복감은 제로에 가까워진다. 이제는 더 큰 행복을 주는 또다른 무언가를 찾아나서게 된다. 이러한 과정이 반복이 되면 어느새 큰 행복만을 가끔씩 맛보게 된다, 작은 행복을 자주 맛보는 것이 인생의 진리이거늘..[관련글: 행복에 대한 고찰]  

 

도파민은 사람의 감각을 마비시키기도 한다. 옥수수를 먹고, 먹고 또 먹는다. 매실이의 배는 뚱냥이가 된것마냥 부풀어 올랐지만, 뇌가 덜 자란 아기는 본능에 더 충실한다. 달큰한 옥수수를 다시 먹고 먹고 또 먹는다. 국물까지, 옥수수 뼈가 문질러질 때까지. 결국 한 아기의 영양에는 과부하가 걸리고, 어릴적 잘못된 습관으로 오지말아야할 평생 만성 질환이 오기도 한다.

 

옥수수귀신이 떼를 쓸때마다 원하는 것을 주게 되면, 쉽게 옥수수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을 학습하여 더 큰 옥수수몬스터로 진화를 하게 된다. 다음부터는 옥수수에 대한 절제 능력이 없어지고, 시도때도 없이 옥수수귀신을 불러낸다. 이미 걷잡을 수 없는 상황에서 매실이의 요구를 거부하게 되면, 결국 귀신의 화는 우리 온순한 매실이를 잡아 먹어 더이상 이성을 통제하기 어려워진다. 이전에는 가능 했던 것들이 지금은 불가능하게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는 지금부터 일관되게 옥수수귀신을 통제하고자 한다.

 

옥수수는 이제 매실이 인생에서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한 편, 첫 단추를 잘끼워야 마지막 단추 또한 제대로 끼울수 있다. 훗날 매실이가 자신을 돌아보고 깊은 성찰과 함께 단추를 전부 풀어 헤치고 다시 끼우는 작업을 할 수 있겠지만, 토탈리셋 (Total Reset: 완벽한 초기화) 에는 막대한 시간과 에너지가 들게 된다. 자식이 좀더 순탄하게 인생을 항해하길 바라는 부모로써, 가끔은, 나쁜아빠가 되어, 매실이가 첫 단추를 제대로 끼우도록 도와주고 싶다. 

 

우리 옥수수귀신은 현재 티비없는 집에서 살고 있는데, 다음포스팅에서는 티비없는 집에 대한 생각을 그려볼까 한다. 

 

- 워킹나무 -

 


관련글:

 

차 없는 아빠 [실리콘 밸리 아빠의 육아노트-15개월차]

15개월차 매실이네 집에는 차가 없다. 아니 운전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 아빠는 운포 (운전포기) [관련글: 나는 왜 평생 운전을 안하기로 결심 했나] 를 선언했고, 엄마는 아직 면허가 없다. 이번

walkingtree.tistory.com

 

아빠의도전: 15개월차 매실이와 단둘이 하루 지내기 (feat. 15개월차 아기의 하루일과) [실리콘 밸

큰일이다, 엄마의 자리가 만 하루동안 공석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는 목요일 오후 1시부터 다음날 오후 4시까지 엄마의 자리가 비어있다. 엄마는 매실이가 나온뒤 처음으로 혼자만의 시간을 보

walkingtree.tistory.com

 

[나무의 미국 일상] 인생 첫 아이폰과 옳은 통닭 (feat. 산타나로우, 직원할인, 아이폰16)

휴대폰을 바꿀 때가 되었다. 새로 산지 6개월만에 깨져버린 갤럭시 노트9을 고쳐서 5년동안 사용했고, 이제는 한국핸드폰도 하나더 필요한 참이었어서 기존 핸드폰을 한국폰으로 새폰을 미국폰

walkingtree.tistory.com

 

행복에 대한 고찰: 행복이란 무엇인가? 나는 언제행복을 느끼는가? 행복에 대한 정의는 어떻게

“한번 사는인생, 당신은 행복하며 살고싶은가, 행복하지 않으며 살고싶은가?” 이러한 질문에 누구든 행복하며 살고싶어 한다. 신기한건 다음의 질문들에서 온다.“당신은 행복한가?” 많이

walkingtree.tistory.com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