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개월차 매실이네 집 거실이다.
없는게 많다. 그 중 TV가 없다 (물론 방에도 없다).
와이프와 나는 결혼할 때부터 TV가 없었다. 돈도 돈이거니와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다. 보고싶은 영화나 애니메이션이 있으면 OTT플랫폼 (넷플릭스) 위주로 아이패드를 통해 봐 왔었다. 와이프는 한국의 전형적인 소파+TV의 구조에 대해 굉장히 회의적이기도 하다.
매실이가 세상에 나온 지금도 우리집엔 티비가 없고, 가능한 오랫동안 티비를 들여놓고 싶지 않다. 티비가 없어야 아기의 뇌가 더욱 능동적으로 움직인다 (라는 주관적인 믿음이 있다). 실제 물리공간에서 자신의 행동이 직접 반영되어 결과를 얻으내는 것으로써 세상을 더욱 능동적으로 그리고 적극적으로 받아 들인다. 이는 곳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사람으로써 성장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놀이터에서 아이들이 놀고 있는 애니메이션을 보는 것 vs. 본인이 놀이터에서 노는것:
실제 놀이터에서는 주변의 나무 소리, 그늘에서의 온도, 물체를 만지는 촉감, 흙의 흐름, 소세지 파는 트럭에서 불어오는 배고픈 냄새, 미끄럼틀위에서 잠깐이나마 중력의 미세한 감소, 왼쪽귀와 오른쪽귀에서 다르게 들려오는 주변 아이들 목소리의 주파수, 술래잡기를 할때의 긴장감을 직접적으로 느낀다. 어떻게 해야 더욱 흥분되고 재미있을 수 있을까에 대한 끊임없는 여정으로부터 생기는 무한한 창의력이 샘솟고, 실제로 느껴본 감각들을 사용하고 조합하여 자신만의 새로운 정신적, 영적 공간을 상상한다. 고정된 2D 화면으로부터 흘러나오는 시청각자료들이 어찌 무궁무진한 6D 세계 (=3D공간+1D후각+1D청각+1D미각) 를 대체할 수 있을까.
매실이의 미디어에 대한 노출을 최대한 늦추고자 안간힘을 쓰고 있다. 문제는, 미국 어딜가든 도처에 TV가 널려있다. 그것도 미국 스케일로다가. 스탠포드 대학교 근처에는 쉐이크쉑이라는 유명한 미국 브랜드의 버거집이 있는데 (물론 한국에서도 유명하다), 사방에 티비가 있다. 1시, 3시, 5시, 8시,10시,11시 방향으로 전방에 한대씩. 1시쪽에 티비가 있는 것을 확인하고 매실이를 반대로 앉히면 또다시 티비가 나온다.. 이렇게 어쩔수 없는 상황을 제외하고는 되도록 티비가 없는 방향, 스크린이 없는 방향으로 자리를 앉히고 밥을 먹는다. 그 이후로 스탠포드지점 쉐이크쉑을 가지 않는다.
한편, 실제 세계와의 접촉을 많이 하도록 또한 도와주고 있다. 길을 가다 매실이가 꽃을 가리키면 유모차를 세워놓고 꽃을 만지게 하고 (우리는 차 없이 유모차로 다니기에 길에서 꽃을 마주할 기회가 많다 [관련글: 차없는 아빠]), 여행을 갈 때면 놀이터가 있는지 부터 확인하고 (각 지역마다 놀이터의 구조와 특징을 보는 맛도있다 [관련글: 놀이터 입문], 걷기 연습을 할 때면 다채롭고 화려한 길에서 그리고 사람들이 많은 길에서 걷기 연습을 하며 (미국에서는 사람들이 애기들한테 자주 말도 걸어주고 인사도 해준다), 체험 학습의 집대성 어린이 박물관을 1주일에 한번씩 가고 [관련글: 산호세 어린이 박물관], 매실이 엄마는 일주일에 두번씩 매실이를 스토리타임에 데려가 다른 아기들과의 교감을 느끼게 하고 [관련글: 스토리 타임 입문], 분수에서 나오는 물줄기를 느끼게하고, 기차소리가 나면 ‘기차다!!’ 라고 외쳐주며, 차 없는 우리는 실제로 기차를 많이 타기도 한다 [관련글: 샌디에고 여행]. 물론 할 수 있는 만큼만 한다.
매실이가 미디어를 평생 안 볼 수는 없다. 우리는 그저 매실이가 세상 만물의 이치를 온전히 받아들이고 이해할 때 까지 늦출 수 있는 만큼 늦출뿐이다. 세상의 이해가 완료된 뒤에 보는 미디어 혹은 애니메이션은 능동의 영역의 활동이지 않을까 라는 작은 희망을 품어본다.
사실 궁금하기도 하다. 굉장히 늦게 미디어에 노출된 아이가 얼마나 훌륭히 성장할 지에 대해 :)
- 워킹 나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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