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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

1년 2개월간의 모유수유 [실리콘 밸리 아빠의 육아노트-15개월차]

by 워킹나무 2024. 8.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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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2개월간의 대장정의 모유수유가 끝났다. 물론 와이프의 모유수유지만, 옆에서 항상 지켜보며 원활한 모유수유를 가능케 하기위한 노력을 한 아빠에게도 의미가 매우 크다.

 

개인적으로는 꽤나 감동적으로 모유수유를 끝냈고, 이번 포스팅에서는 1년 2개월간의 모유수유를 하는 중의 이러저러 이야기를 풀어보고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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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

미국에서는 2박3일간의 입원시기를 주지만, 한국에서 처럼 산후조리의 느낌이 아닌, 거의 조련을 당하는 느낌의 입원시기였다. 2~3시간 주기로 모유수유를 해야했고, 한번 모유수유를 하면 준비와 마무리 시간포함하여 1시간 정도 걸리기에 실제로 사이사이 쉬는시간은 1시간반 정도이고 중간중간에 각종 선생님들 (피지컬테라피스트, 검사하시는분 등등) 이 왔다갔다 하면 그 사이에 쉴수 있는 시간은 많지 않았다. 입원실의 불은 항상 켜 있고, 새벽에도 수시로 간호원분들이 많이 들락날락 하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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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는 애기가 나오자마자 분만실에서 ‘바로’ 엄마한테 젖을 물린다. 갑자기 우유가 나오는 사람이 된 것이니 와이프도 자기가 동물이 된 것 같은 느낌이라고 한다. 그 당시 와이프는 거의 정신이 반이 나간 상태에서 (실제로 정신을 한번 잃었었다..) 매실이에게 모유를 주던 것이 기억이 나는데..참 불쌍하기도 하면서 뭔가 지켜 보고만 있어야 하는 순간이 길게만 느껴지기도 했다. 사실 너무너무 피곤해서 더 길게 느껴졌던 것 같기도 하다.



첫 1개월동안의 모유수유기간에는 잠에 허덕였다.

처음에는 아빠도 새벽에 같이 일어나서 기저귀라도 갈아주곤 했으나, 피곤으로 인해 일상이 지속가능 하지 않았다. 결국 잠에 너무 취약했던 남편임을 알았던 와이프는, 새벽 수유는 본인이 도맡아 했다. 우리는 가족 혹은 보모의 도움은 받지 않았다.

 

첫 3개월동안의 모유수유는 엄마와 매실이가 서로에게 적응하는 기간이었다.

초반에는 모유의 양이 아기와 엄마에 따라서 넘쳐나거나 매우 없거나인 상황이 많이 발생한다. 아기가 얼만큼 모유를 먹는지도 모르기도 하고, 아직 엄마의 몸이 아기에 대한 분석이 안되었기 때문이다. 매실이 엄마는, 모유를 많이 만드는 엄마 였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매실이가 먹는양에 맞춰 모유를 만들어 결국에는 매실이가 먹는 양과 엄마가 만드는 모유의 양이 균형을 이뤘다.

 

매실이 엄마는 모유의 양이 많아서 오는 문제들을 여럿 겪었다. 매실이가 모유를 충분히 먹고도 모유가 과잉생산이 되면, 엄마의 가슴이 단단해지고 아프다.  작은 공간에 많은 액체 모이면 압력이 올라가서, 모유가 마치 물총 처럼 나와서 매실이가 모유를 먹는데 굉장히 불편해 하다가 가끔씩은 먹기를 포기하는 경우도 많았다. 

 

두 경우를 방지하기 위해 가슴마사지를 자주해야 했고, 매실이가 모유를 먹기전에 적당량의 모유를 비워놔야 안정적인 속도로 모유가 나왔다. 미리 모유를 짜두는 시간과 에너지도 굉장히 소모적이었다...

 

얼마나 먹일지 그것이 문제로다.

첫 3개월, 어리버리 하고 있을 시절에는 얼마나 모유를 먹일지에 대한 고민도 많았다.
15분정도 모유를 먹이라고 하는데, 이게 한쪽만 15분을 먹여야할지, 양쪽을 15분씩 나눠서 먹여야 할지, 그리고 초반부와 후반부의 모유성분도 다르다고 하는데 어떤식으로 시간과 양을 배분해야할지 확신이 없었다. 참고로 초반부의 모유에는 지방과 단백질, 그리고 후반부의 모유에는 탄수화물 비율이 높아서, 후반부의 모유를 먹어야 아기가 포만감을 느낀다고 한다. 포만감을 느끼지 못한 아기는 잠에서 자주 깨거나 배고픔을 자주호소한다.

 

처음에는 한쪽 가슴의 모유만 15분을 주었더니, 매실이가 새벽에 잠에 잘 들지 못하고 계속 울기시작한다. 매실이가 어디 아픈게 아닌가 어리버리 하고 있다가, 더 많은 모유를 주고 나니 매실이의 일관된 수면도 다시 돌아왔다. 

 

의사 선생님말로는 아기가 그만 먹을때까지 그냥 충분히 모유를 주어도 상관없다고 한다. 중요한 점은 “15분”을 지킬 필요가 없고 애기가 충분히 먹을때까지 주면 되는 것이었다. 아기마다 먹는 속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그 후로, 한쪽가슴의 모유는 15분동안, 그리고 다른 한쪽의 가슴의 모유는 매실이가 충분히 먹었다고 여겨질때까지 주었다. 매실이가 다 먹으면 스스로 입을 떼어 어느정도 알 수 있었다.

 

간혹 당황스러운 경우는, 모유를 먹이기 시작하는데 매실이가 잠에 드는 경우이다. 반사적으로 엄마의 모유를 먹지만 힘을 주어 먹은 것이 아니기에, 거의 먹지 않은것과 같다. 모유를 많이 먹지 않으면 새벽에 다시 깨는 악순환의 고리에 빠지기에, 찬물을 적신 수건을 얼굴에 대주면서라도 웬만하면 잠에서 깨워 모유를 먹였다.

 

신생아시기에는 매실이가 엄마 젖을 물고있는 시간이 길고 오래가므로 엄마의 젖꼭지가 자주 헐었다. 그래도 모유를 안 줄수는 없기에 매실이 엄마는 4개월 동안 니플크림을 발라가며 꾹꾹 참아냈다. 4개월 후 매실이가 밥먹는 시간이 꽤나 빨라지고나서 부터는 엄마의 젖꼭지는 점점 회복되어 갔다.

 

매실이 엄마는 끝까지 젖으로 빨아먹는 모유수유를 고집했다. 유축기도 쓰지 않았다. 그 덕에, 젖병관리는 전혀 하지 않았고, 언제 어디서든 매실이에게 신선한 우유를 줄 수 있었다.

 

 

수유쿠션을 사용한 모유수유 동작

주로 두가지 동작을 사용했다. 매실이의 발이 엄마 몸통안으로 들어오는 동작, 매실이의 발이 엄마 몸통 밖으로 나간는 동작 (럭비공을 들고 있는 동작과 비슷하다, 사진참고). 매실이가 때에 따라 다른동작에서 모유를 더잘 먹었기에, 자세를 바꿔가며 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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럭비자세를 사용한 모유수유



트림 시키기

모유수유를 하고 나서 트림을 시키지 않으면 먹었던 것들이 역류하여 토로 나올 수 있다. 

트림을 시키는 자세도 여럿있다. 매실이가 가벼웠을 시절 어깨에 걸쳐놓고 트림을 시켰지만 (아래 사진의 왼쪽), 매실이가 점점 무거워지고 몸에 힘이 생길때는 매실이를 다리사이에 껴놓고 엎드린후에 살살 등마사지 하듯이 아래에서 위로 쓸어 올려주었다 (아래 사진의 오른쪽) . 팔힘이 없는 엄마들에게 이 자세가 강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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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실이 신생아시절, 무지한 아빠는 트림을 시키기위해서 매실이를 어깨에 걸치고 꽤나 소리가 날정도로 퍽퍽퍽 매실이 등을 쳤던 기억이 있다. 매실아 미안…. 전혀 그럴필요가 없다. 아기의 트림은 등을 부드럽게 만져주기만해도 나오는 것이었다. 

 

엄마의 식단관리

모유수유를 하면, 엄마가 먹는건 곧 아이가 먹는것이 된다. 실제로 엄마가 기름진 음식을 많이먹으면 매실이는 방귀를 더 많이 뀌기도 하고, 매운것을 먹으면 대변을 볼때 아픔을 호소하기도 했고, 유제품을 많이 먹으면 매실이가 배앓이로 많이 울기도 했다. ‘설마 그러겠어?’ 라고 방심을 하고 가려먹지 않다보면, 어느샌가 엄마의 모유를 먹는 아기는 후폭풍을 맞게 되어 있음을 경험했다.

 

매실이 엄마도 음식을 가려먹었다. 술은 당연히 한방울도 대지 않았고, 커피는 디카페인만 먹었다. 매운것도 웬만하면 먹지 않았고 (김치도 거의 먹지 않았다) 정 먹고 싶으면 덜 맵게 해서 음식을 먹었다. 유제품을 매우 좋아하는 엄마였지만 그래도 최소화 하고자 노력했다. 치즈는 덜먹고, 커피에 들어가는 우유는 오트밀크로 먹었다. 

 

매실이가 배앓이를 호소하는 것 같으면 아기용 Gas Relief를 넣어주곤 했다.

 

모유수유중 엄마의 몸상태

매실이 엄마의 몸상태는 그리 좋지 않았다. 원래 마른 체형의 소유자인데, 모유수유가 끝난 지금은 매실이를 임신하기전보다도 더 말라졌다. 너무 마르다는건 좋지 않은 신호라고 생각한다. 모유는 피의 성분과 비슷하다고 한다. 즉, 자신의 피를 아기에게 나눠주는 셈이니, 살이 빠지는게 당연한 일일 수 도 있다. 

 

첫 3개월동안에는 모유수유 뿐 만 아니라, 출산의 흔적으로부터 회복을 해야했다. 회복에는 수면과 음식이 필수조건이지만, 미국에서의 출산, 그리고 온전히 엄마와 아빠의 육아만으로는 그 두 가지에 신경쓸 겨를이 적었다.

 

모유수유 중, 매실이 엄마는 하루도 편할 날이 없었다. 한국처럼 산후조리가 있는 것도 아니고, 하루도 빠짐없이 모유수유를 해야 했고, 미리 유축을 한다거나 젖병사용조차도 하지 않았다. 요즘시대에 아무나 쉽게 할수 없는 것들을 너무 훌륭히 해왔다. 

 

이유식을 시작하고 매실이 엄마의 몸상태는 더욱 악화되었다. 일명 큐브지옥에 빠진것이었다. 낮에는 매실이를 보고, 매실이가 자러가면 이유식으로 먹일 냉동 큐브 공장을 돌리거나 매실이 간식을 만든다 (시금치전, 감자볼, 당근머핀 등등..). 큐브 공장을 돌린다는 것은, 음식 재료들을 손질하고, 갈아내고, 얼음틀에 넣어주고, 얼리는 과정을 말한다. 손이 그리 빠른편이 아니어서, 새벽3시를 넘기기 일쑤였지만, 일어나는 시간은 매실이와 똑같이 7~8시 사이에 일어나야 했다. 잠자는 시간이 너무나도 적었고 그와 함께 매실이 엄마의 정신적 육체적인 체력은 줄어들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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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브지옥으로 만든 엄마의 정성

 

우리들은 가느다란 줄에서 줄타기를 하고 있는 듯 했다. 매실이가 아프거나, 이틀연속 새벽잠을 설치거나, 이틀연속 낮잠을 자지 않거나 (엄마가 온전히 쉴 수 있는 시간은 매실이의 짧은 낮잠 시간이다), 하루종일 말을 듣지 않는날에는 위태위태하지만 아직까지는 줄에서 떨어진적은 없다. 

 

모유수유를 하는 1년 2개월 동안, 엄마는 생리를 하지 않았고 15개월차인 지금도 아직 하지 않는다. 출산을 하면 생리의 고통이 줄어든다고 하던데 (신경이 다 손상이되서…ㄷㄷ), 정말 그랬으면 좋겠다. 

 

13개월차 정도에 산부인과에 다녀오니, 모유수유가 끝나면 엄마의 체중이 정상으로 돌아올 수 있다고 하셔서, 매실이 엄마의 체력과 체중이 돌아오길 조용히 희망해본다.

 

조만간, 매실이엄마의 휴가로 혼자 K-pop공연을 다녀오기로 했는데 빨리 그날이 오기만을 바란다. 매실이 엄마의 건강과 체력이 회복되는 그날을 꿈꾼다.

 

야외 모유수유

미국에 있다보면 생각보다 야외에서 모유수유를 해야될 상황이 많다. 우선 모유수유를 할 수 있는 시설이 그리 많지 않아서 미리 계획을 하지 않았다면 수유실을 찾는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매우 큰 대형 쇼핑몰에나 하나씩 있는 정도다. 그리고 미국 문화자체가, 야외에서 모유수유를 해도 아무도 신경을 쓰지 않는 문화다 (한국에서 그러면 눈치를 많이 받을 것같은데, 참 잘못 되었다고 생각한다). 심지어 가슴도 가리지도 않고 정말 쿨하게 모유수유를 하는 서양의 미국 어머님들도 많다. 

 

우리는 대중교통을 주로 이용하다 보니, 야외에서의 모유수유는 거의 필수 였다. 시작은 꽤나 부끄럽고 어렵게 시작했다. 누가 보지는 않을까, 거의 숨듯이 조용한 공간에서 엄마의 가슴이 보이지 않게 꼼꼼히 동여매고 모유수유를 했다. 한 번 해보니, 다음부터는 조금씩 야외모유수유가 편해지고, 언제 어디서든 (기차에서든 놀이터에서든) 필요하면 모유수유를 할 수 있었다. 

 

모유수유할 때는 아래의 왼쪽 사진처럼, 수유커버 (사진에서 보이는것 처럼 망토나 판초 형태의 수유커버) 하나만 주로 사용했고, 수유커버가 없으면 아래의 오른쪽 사진처럼 그냥 옷으로 대충 가려서 모우수유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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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유수유 횟수

시작은 여느 신생아들과 같이 2~3시간 간격으로 모유수유를 했다. 그리고 적당한 때가 될 때마다 1번씩 줄여나갔다. ‘적당한’ 때란 아기마다 다르기 때문에 아기를 잘 살피고 시기적절한 때를 고르는 것이 좋은 것 같다.

 

매실이가 풀잠을 자기 시작 할 때부터 1회를 줄이고, 이유식을 먹기 시작할 때부터 1회를 줄이고, 간식을 먹을 때 1회를 줄이고, 아침에 우유를 먹기 시작할 때부터 또 1회를 줄였다.

 

가장 마지막에는 자기전 저녁수유 한번을 끝까지 남겨두었고, 매실이 엄마는 자연스럽게 매실이가 젖을 뗄 수 있는 때를 기다려왔다 (매실이 엄마는 아빠와 달리 절대 서두르는 법이 없다). 

 

매실이 생후 15개월차의 어떤 하루였다. 정말 놀랍게도, 저녁 수유시간에 매실이가 엄마의 수유브라를 원래대로 다시 덮어주는 것이 아니겠는가?! 이 순간은 굉장히 의미있고 상징적이었다. 마치, “엄마 지금까지 고생하셨어요, 이제는 저 엄마 우유없이도 잘 클수 있어요!!” 라는 말을 몸으로 표현하는 듯했다!!  자기가 문을 닫고 끝내는 그 순간이 개인적으로 굉장히 감동적이었다. 다음날부터는 자연스럽게 매실이는 더이상 모유를 먹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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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유수유 마지막날의 기념샷.

 

이 세상 모든 엄마들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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